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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나는 고졸이다>삼성 인사팀장에게 듣는다…“무조건 끼를 갖춰라. 고졸도 승진연한 파괴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매번 취업 설문에서 ‘가장 취직하고 싶은 곳’ 1위로 뽑히는 삼성전자. 그런 삼성 국내외 임직원 21만명에 대한 인사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이다.

원 부사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고졸채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다. ‘과다학력’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시대에 고졸채용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했다. 따라서 “시대적인 당위성인 고졸채용에 자신감있게 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력이나 간판이 아닌 능력이 중요한 세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제가 입사하던 30년 전에도 고졸채용이 적지 않았어요. 다만 실업계고를 졸업하면 80% 정도 취직하고, 20% 정도가 대학을 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됐어요. 20%만 취직하고 80%는 대학에 갑니다.”

어느 순간 학력이 만능인 사회가 되다 보니, 국가적 낭비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모나 사회에 부담이 되는 과다학력은 분명 개선돼야 하고, 이를 일조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 부사장의 시선은 고졸을 당장 채용하는 데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잘 관리하고 소중한 인재로 키워주는 시스템으로 향한다.

“고졸을 (시대적 당위성에)등 떠밀려 채용하고, 방치하면 이들은 다시 대학에 가려고 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수 있습니다. 고졸에 대한 집중적인 인재육성 정책이 필요합니다.”
소탈한 복장, 때론 기타를 들고 학생들과 노래를 부르며 강의를 하는 원기찬 부사장은 취업생들에게 ‘형님 멘토’로 통한다. 30년 인사 경력에서 오는 취업 비법은 청중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사진은 ‘열정락(樂)서’ 강연에서 취업 강의를 하는 원 부사장.

원 부사장은 이에 고졸사원에 대한 전담 관리와 인센티브 혜택을 시스템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졸신입이 능력이 있으면 1~2년 앞당겨 승진을 시켜주는 것처럼, 고졸신입도 뚜렷한 업무능력을 보여주면 과감히 승진 연한을 파괴해 직급을 올려주는 시스템을 삼성이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마이스터고나 일반 고졸채용 후 과감한 발탁 인사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내년 초 부터 고졸사원에 대한 관리와 조기 발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고졸사원에 대한 파격 발탁이 향후 3~4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모든 사람들이 ‘고졸로 들어가서도 저렇게 잘 승진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고졸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고졸채용 물줄기는 잘 정착될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그에겐 한가지 신념이 생겼단다. 바로 “학력과 간판이 모든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원 부사장은 ‘뽑고 싶은 고졸채용 인재상’에 대해 “주인의식, 긍정적인 마인드, 전문성(실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했다. 매사 자발적이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긍정의 힘을 중시하고, 어학과 전공 등 전문성을 가진 이가 바로 인재라는 것이다. 삼성 인사팀장의 ‘고졸채용 3원칙’인 셈이다.

“이 셋을 갖추되, 그래도 가장 필요한 이를 뽑으라면 ‘끼가 있는’ 사람입니다. 주인의식, 긍정적 마인드, 전문성은 후천적 노력으로 되지만 ‘끼’는 선천적 기질에다가 노력이 덧붙여져야 하거든요.” (고졸 채용에 성공하려면) 무조건 끼부터 갖추라는 주문이다. 그는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채용하라면 ‘끼’를 가진 사람을 당연히 택할 것”이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노하우가 담긴 ‘팁’을 주는 것은 그 자신도 취업에 관한 한 무지했던 때가 있었고, 후배들에겐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30년 전 저는 삼성물산에 가고 싶었는데, 삼성전자로 보내졌어요. 전자에서도 해외영업을 하고 싶었는데,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죠.”

일하기가 싫었다. 적성에 대한 고민으로 숱한 불면의 밤을 보냈다. “결국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인사팀에 있게된 것은 ‘싫어하는 것도 하면서 인생을 배우라’는 뜻이 담겼다고 생각했어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자 마음 먹었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한번 들여놓은 길에 대한 성취 동기, 끈기, 인내. 고졸 취업 준비생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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