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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차는 왜 버스전용차선을 못 달릴까?
[헤럴드생생뉴스] 꽉 막힌 고속도로, 그 옆으로 바람처럼 내달리는 버스전용차선은 한국 특유의 운전 문화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한국만의 독특한 자동차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9인승 이상 차량만 달릴 수 있는 버스전용차선. 이 파란 경계선은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연예인 밴 차량 등을 제외하고 국내 공식 출시된 수입차 중에는 9인승 이상 모델이 없다. 한국의 버스전용차선을 위해 9인승 모델을 별도로 개발할 순 없다는 수입차 브랜드의 고민이 숨어 있다.

버스전용차선에 특화된 9인승 모델로 내수를 공략하는 국산차 브랜드와 버스전용차선을 포기하는 대신 안락함을 앞세운 수입차 브랜드의 7인승 모델. 버스전용차선을 경계로 9인승과 7인승, 국산차와 수입차가 펼치는 대결은 한국 시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특한 경쟁 구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모델 중 7인승 이상 모델은 20여대에 이르며, 그 중 버스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는 9인승 이상 모델은 기아자동차 카니발(9~11인승), 현대자동차 스타렉스(12인승), 쌍용자동차 로디우스(9~11인승) 등 3개 차종뿐이다. 상용차나 버스를 제외하고 버스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는 승용차ㆍRV 모델은 국내에서 이 3개 차종뿐이라는 뜻이다. 국산차에서만 3개사가 브랜드별로 1개 차종씩 선보이고 있으며, 수입차는 9인승 이상 모델이 전무하다. 버스전용차선을 달리는 수입차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 9인승 모델이 갖는 강점은 뚜렷하다. 버스전용차선 이용 여부가 핵심이다. 7인승 카렌스와 9~11인승 카니발을 모두 판매하는 기아차의 경우, 지난 5월 판매에서 카렌스는 316대가 팔렸지만, 카니발은 2377대가 팔렸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에서도 카니발(1만2058대)은 카렌스(1332대)보다 10배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카니발이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를 기록하는 데 버스전용차선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수입차 업계 역시 9인승 모델의 강점을 인정하지만, 국내 출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버스전용차선 이용을 위해 한국 판매용으로 9인승 모델을 별도 개발할 순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기아차 카니발 역시 국내에선 9인승 이상 모델로 판매되지만, 수출용 모델은 7인승으로 제작되고 있다.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에선 굳이 좌석이 불편한 9인승 모델을 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9인승 모델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시장만을 위해 9인승 차량을 개발할 순 없다”며 “내수 기반이 확실한 국내 완성차업계만 9인승 모델이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버스전용차선을 포기한 대신 수입차 업계는 7인승의 안락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요타의 시에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하며 월 50대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월평균 60여대를 판매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9인승 모델이 실용성을 강조했다면 시에나는 7인승으로 편안하고 안락함을 특화시킨게 인기 비결”이라고 전했다.

시에나는 실내 공간을 뜻하는 휠베이스가 3030mm로 동급 최대 수준이며 비행기 일등석을 표방하는 오토만 시트를 국내 미니밴 최초로 장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프리미엄 이미지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피니티 JX도 럭셔리 모델을 추구하며 판매에 들어갔다. 휠베이스 2900mm로 덩치가 큰 7인승 모델이면서도 다양한 편의사양과 인피니티 특유의 성능도 겸비했다.

그밖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아우디 Q7, 인피니티 QX,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포드 익스플로러 등이 7인승 모델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7인승 모델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산차 9인승 모델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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