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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사위원 박진영이 말하는 가수 그리고 배우 박진영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41)이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배우 박진영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가수로 데뷔한 이후 18년동안 노래할 때 가장 먼저 멜로디를 빼고 가사를 대사로 읊는 연습부터 해왔습니다. 가사를 대화체로 말할 때 부자연스러우면 노래도 못 합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후배 가수들도 반드시 그렇게 훈련을 시킵니다. 영화 연기는 노래할 때의 4분이 100분으로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JYP 소속 가수이자 박진영이 키워낸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는 ‘건축학개론’으로 영화 주연으로 데뷔, 평단과 객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박진영의 연기는 수지보다 나을까? 박진영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비슷하게 했죠.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는 주연이 4명이기 때문에 흐름에 맞춰가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저는 ‘500만불의 사나이’에서 단독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흐름을 만들어가야 했죠. 벅찬 작업이었습니다. 내 감정에 맞춰 영화를 끌고 가야 했으니까요.”


박진영은 ‘건축학개론’에서의 수지의 연기를 “연기 안하는 연기”라며 “후배 가수들한테도 항상 ‘노래는 대충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연기도 힘빼고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500만불의 사나이’에서 ‘얼굴 빼고는 옷이며 몸매며 모두가 명품인 엘리트 직장인’ 역을 맡았다. 거액이 오가는 회사의 대외 로비를 담당하는데, 짝을 이뤄 업무를 해왔던 회사의 임원(조성하)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자 졸지에 로비자금 500만달러가 든 가방을 들고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영화 ‘7급공무원’과 드라마 ‘추노’ ‘도망자’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작가이자 영화제작사 하리마오픽쳐스의 대표인 천성일이 처음부터 박진영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설계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은 작품의 매력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정교함”이라고 말했다. “감동적인 서사보다는 두 시간 동안 긴장감 있는 액션과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강점인 작품”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진영은 JYP에서 무수한 연예지망생들의 자질을 평가해왔고,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케이팝스타’에서 양현석, 보아와 함께 심사위원을 맡아 참가자들에게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비수를 던졌다. 박진영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가수 박진영의 노래와 배우 박진영의 연기를 보면 뭐라고 할까.

“가수로선 ‘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진심으로 한다는 것도 칭찬해줄만 해요. 하지만 타고난 성량과 안정감이 부족합니다. 배우로선 연기의 진정성은 좋지만, 레슨을 더 받아야해요. 테크닉이 부족합니다.”


18년차의 가수에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과 더불어 한류를 이끄는 3대 프로듀서. 거물급 스타이자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베테랑이지만 카메라 앞에 서서야 영화촬영이 극중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라 콘티에 따라 뒤죽박죽 찍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크린에 혼자 등장하는 장면은 상대 배우 없이 카메라에 붙인 점이나 스티커 등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며 연기한다는 것도 박진영을 곤혹스럽게 했다. ‘신인배우’로서 유일한 무기는 ‘진심’인데, 자신과 감독의 해석과 의도가 다를 때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다. 연기로는 신인이지만 연예계에선 거물급 스타라고 스탭들이 어려워하고 ‘특별대우’를 하는 일은 없었을까?


“거물이나 멋있는 사람, 대단한 인물로 보이는 게 가장 두려워요. 그런 게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노력을 기울입니다. 무조건 바닥으로 기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JYP)에선 인턴사원도 저에게 ‘박진영씨’라고 불러요. 대표, 사장 이런 호칭을 붙이지 않도록 합니다. 영화 속에서 ‘얼굴만 빼고 다 명품’이라고 설정한 것처럼 저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선수를 치는 것도 ‘거물’이 아니라 늘 ‘만만한 사람’으로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입니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어깨를 툭치고 말걸 수 있는 친근한 사람이고 싶어요. 유브이랑 ‘이태원 프리덤’을 부르고, SNL에 나가 ‘우리 재혼했어요’를 찍으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시계를 갖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죠. 집은 아직도 안무가와 함께 전세로 살고 있고, 차는 국산 SUV를 몇 년째 몰고 있으며, 시계는 아직도 없어요. 전 그냥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영원한 ‘딴따라’였으면 합니다. 마당놀이판에서 노는 광대요. 그래서 남보원, 백남봉, 공옥진, 윤문식 선생같은 분들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박진영은 뮤지션과 배우 말고도 비즈니스맨으로서 명함을 가지고 있다. JYP를 만들었고 현재의 공식직함은 미국 지사장이다. ‘딴따라’ 박진영에게 비즈니스란?

“말하자면 재미있는 전자오락을 죽을 때까지 실컷 하기 위해서 오락실을 차린 셈이죠. 술을 원없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 양조장을 차린 격이고. 그 사람은 술이 좋지 양조장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비즈니스는 제게 하기 싫은 숙제같은 겁니다.”


18년차의 가수. 그의 창작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결혼하고 싶을 때는 ‘청혼가’를 불렀어요. 야한 생각이 많을 때는 ‘엘리베이터에서’를 내놨구요. 결혼하고 나선 ‘영원히 둘이서’를 썼고, 이혼하면서는 ‘새드 프리덤’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또 가슴 설레이는 이가 있어 ‘너뿐이야’를 불렀구요. 제 감정을 따라갑니다.”

한류를 이끄는 3대 프로듀서 중 한명. SM, YG와 다른 JYP 박진영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그는 비유로 대답했다.

“조미료 있는 음식은 안 좋아해요. 원재료만 사용한 자연스러운 음식이 좋아요. 우리 애들(JYP소속 가수)을 보면 연예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요. 연예인으로서의 매력이 아니라 인간적인 느낌이 중요해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박진영은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다. 늘 열심히 단련한다. 왜?

“조지 버나드 쇼가 그랬죠.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기 아깝다고. 20대의 체력과 40대의 지혜를 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진영은 이제 배우로서 포부를 본격적으로 펼쳐보였다. 한달전엔 할리우드의 대작영화 오디션도 보고 1차에선 합격했다. “2차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많다. 똑똑하지만 바보같은 양면적인 인물을 맡아 코미디도 하고 싶고, ‘아메리칸 사이코’처럼 완벽한 겉모습 속에 악마적인 본성을 가진 캐릭터도 맡아봤으면 좋겠다. 박진영은 “작품 출연제안을 많이 받고 싶다, 배우로서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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