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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구두·해진 목장갑…몸에 밴 근검절약

울산 현대중공업 내 정주영기념관에는 서산농장에 있던 아산(峨山) 정주영 전(前) 현대그룹 회장의 방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해지고 닳은 흰색 목장갑들. 기념관 관계자는 “작업 현장에 갈 때뿐 아니라 골프를 칠 때조차 정주영 명예회장이 목장갑을 자주 착용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 옆으로 너덜너덜한 구두 세 켤레가 놓여 있었다. 아산이 실제 애용했던 구두다.

아산은 스스로에 대해 “자본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 그저 꽤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말뿐이 아니다. 실제 아산은 일생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살았다. 낡고 해진 목장갑과 구두는 그 산물이다.

정주영 기념관에 마련된 서산농장 아산의 방이나 현대중공업 집무실은 아산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했다. 아산의 방에는 낡은 TV와 재봉틀, 그리고 작은 옷장이 전부였다. 집무실도 마찬가지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낡은 소파와 책상이 자리잡았다.

장식이라곤 책상 위에 걸린 태극기가 전부였다. 현대중공업 측은 “항상 집무실에 태극기를 걸어두곤 했다”고 전했다. 한편에 놓여 있는 ‘청풍선월(靑風禪月ㆍ맑은 바람과 그윽한 달빛)’이란 글귀가 꾸밈없는 방과 잘 어울렸다.

서울 청운동 자택 역시 아산의 검소함이 묻어난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가구는 없고, TV 역시 대형 브라운관이 아닌 소형이다. 의자나 테이블은 곳곳에서 칠이 벗겨져 있고 수리한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아산이 이라크 철도 부설 현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회장이 도착했다고 직원들이 카펫을 깔자, 아산은 “기능공이 카펫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하루 세 끼 식사 역시 접대가 없는 이상 밥과 국 외엔 특별한 반찬이 없었다.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연기로 돈을 날릴 수 없다며 담배를 멀리하고, 구두 닳는 게 싫어 굽에 징을 박아 신고 다녔던 아산.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힌 근검절약은 그가 맨주먹으로 시작해 현대란 거대 기업을 키워낸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최고의 지위에 오른 뒤에도 근검절약을 평생 실천한 아산의 삶은 오늘날까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울산=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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