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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峨山 정주영은 왜 울산을 택했나
선박·車제작 최적지…“지리적·역사적 필연”
“울산과 아산의 만남은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 필연입니다.”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울산은 흥미로운 지역이다. 현대중공업 내 영빈관이 자리 잡은 곳은 백두대간이 내려와 혈을 맺은 지형이라고 한다. 용으로 따지면 여의주가 자리 잡은 곳이며,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을 고려하면 이를 ‘돈주머니’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이곳에 현대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게 마치 필연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아산(峨山) 정주영 전(前) 현대그룹 회장은 왜 하필 울산을 택했을까. 물론 정부의 제안이 큰 이유였지만, 울산의 지정학적 특성이나 오랜 역사 속에서도 현대와의 연결고리를 살펴볼 수 있다. 마치 울산에 뿌리를 내리려 한 아산의 선택은 필연이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울산은 우선 조선소 설립에 적합한 조건을 고루 갖췄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바다가 깊어 선박 제작에 유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연간 강수량이 적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야외 작업이 대부분인 조선 사업에서 강수량은 곧 작업 기간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술 수준을 보면 조석간만의 차가 큰 서해는 조선소 설립에 적합하지 않았고, 지리적인 조건을 고려해보면 울산이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수주해 건설한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1974년)

역사적으로도 울산은 조선소와 연관이 깊다.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이 지역에 설립됐고, 조선시대 개항했던 3포 중 영포가 울산을 의미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울산에는 바다를 향하는 DNA가 살아 있는 셈이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울산은 철기시대의 유적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울산은 해마다 ‘쇠부리축제’를 열고 있다. 쇠부리는 재래식으로 철을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오래전부터 울산이 쇠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문화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들어선 현실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울산과 아산의 인연은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에서 다시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아산의 업적과 자료를 해석하는 연구가 울산에서 진행 중이다. 강종열 아산리더십연구원 부원장(울산대 경영학부 교수)은 “아산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아산리더십연구원을 설립했다”며 “자료 수집을 먼저 하고 있으며, 아산과 사업 초기를 함께했던 인물 30여명을 대상으로 구술자료 수집도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산리더십연구원은 자료 구축에 이어 아산 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학문적으로 아산학을 정립할 방침이다. 또 외국 유학생이나 국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아산의 리더십을 세계에 알릴 계획도 세웠다. 강 부원장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게 아산의 리더십”이라며 “이런 아산의 리더십을 울산에서 재조명하는 게 아산리더십연구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울산=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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