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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영웅들의 조물주 ‘마블·DC ’…할리우드를 구하다
슈퍼히어로
마블은 완벽 히어로들의 산실
DC는 인간적인 영웅들의 요람

슈퍼맨·스파이더맨 등이 대표주자
쫄쫄이·우수에 찬 눈빛은 필수
美 대중문화의 ‘금맥’ 자리매김


한국 대중문화는 ‘아이돌 스타’의 세상이고, 미국 할리우드는 슈퍼히어로의 천국이다. 미국 대중문화 속 영웅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가 활개를 펴더니, 이번엔 거미인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습격이다. 오는 7월엔 박쥐인간이 귀환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 전부터 전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슈퍼히어로는 누구인가.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악당과 대결하는 인류의 영웅이자, 구원자다. 하지만 반드시 하늘을 날거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엄청난 괴력을 부리는 초능력자일 필요는 없다.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신무기로 무장한 슈퍼히어로도 적지 않다. 대신 죽었다 깨도 잃어버려선 안 될 것이 하나 있다면 스판덱스 소재, 일명 ‘쫄쫄이’ 재질의 화려한 의상과 미국의 이상을 대변하는 도덕심이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색감과 재질, 디자인을 혁신한 의상과 함께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얻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담은 우수 어린 눈빛, 그리고 유머다. 안 그렇고선 아무리 슈퍼히어로라도 ‘꼰대’ 소리 듣기 딱 좋다. 21세기 들어 슈퍼맨의 인기가 하락하고, 또 다른 할리우드의 ‘범생이(모범생)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가 한국 젊은 관객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이유다.

한국의 아이돌 스타가 대형 기획사인 SM와 YG, JYP 소속이듯 미국의 슈퍼히어로도 대형 회사 두 곳에서 탄생해 잡지와 단행본 등 출판 시장에서 ‘연습생 기간’을 거쳐 ‘무비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각광받는 슈퍼히어로를 한데 모아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이 ‘어벤져스’였다. 군수산업체를 소유한 백만장자 악동 과학자 아이언맨, 화만 나면 괴물로 변하는 헐크, 망치만 들면 천하무적인 토르, 약골 청년에서 ‘구국의 강철 군인’으로 다시 태어난 캡틴 아메리카, 전직 소련 스파이였던 섹시 여전사 블랙 위도 등이 한팀을 이룬다. 이들의 소속사는 마블코믹스로, 1939년 창립한 미국의 출판만화회사다. 현재는 월트디즈니의 계열사다. ‘어벤져스’의 가장 맏형 격인 인물은 1941년 데뷔한 캡틴 아메리카이며 헐크와 토르, 아이언맨, 블랙 위도, 호크 아이 등은 모두 1960년대 탄생했다. 마블의 또 다른 시리즈인 ‘엑스맨’의 캐릭터들이 데뷔한 것 역시 이때다.

DC코믹스는 마블보다 이른 1934년 설립돼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 전성시대를 열었던 회사다. 현재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있는 타임워너그룹이 모기업이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로빈, 아쿠아맨 등이 대표 선수다. DC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들의 나이는 캡틴 아메리카를 제외한 마블의 ‘어벤져스’ 주축들보다는 대략 한 세대 정도 앞선다. 슈퍼맨이 가장 이른 1938년 세상에 나왔으며, 배트맨이 1939년, 원더우먼이 1941년에 DC의 연속 간행물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2차대전 발발 전후로 태어나 냉전시대를 겪고 20세기를 풍미한 DC의 영웅들은 강력한 미국과 흔들리지 않는 정의, 훼손되지 않은 이상을 상징한다. 반면 1960년대생들이 대부분인 마블의 슈퍼히어로는 잘못된 실험이 낳은 돌연변이가 많고, 인간적 결함과 트라우마, 죄책감을 갖고 있으며, 때때로 어두운 자아상을 내보인다.

마블이 지난 1991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을 때,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목은 ‘스파이더맨, 월스트리트에 입성’이었다. ‘슈퍼맨의 DC’가 있다면 ‘스파이더맨의 마블’이 있다. 물론 최근 DC의 기수는 배트맨으로 바뀌었다. 출판에서 영화로 옮아붙은 DC와 마블의 라이벌전은 미디어의 공룡인 타임워너와 월트디즈니의 대리전이거니와 슈퍼맨(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싸움이다. 전투는 슈퍼맨-렉스 루더와 배트맨-조커, 스파이더맨-리저드 사이에서 벌어지지만 전쟁은 마블-DC 간에 이뤄진다.

이 라이벌전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한 것은 ‘어벤져스’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마블이다. 그러나 오는 7월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DC가 반격을 시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재창조한 배트맨과 조커가 워낙 강력하고 중후한 무게감을 발하는 탓인지, ‘어벤져스’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눈에 띄게 가볍고 장난기가 넘치고 유머러스해졌다. 어쨌든 간에 우리로선 미국 대중문화의 금맥, 슈퍼히어로의 상상력이 놀랍고 돈벌이가 부러울 뿐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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