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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 사전> 우리시대 욕망의 분출구…스타는 인간이 만든 최고 예술품
스타
스타의 세상이다. 그들은 TV 속에도 있고, 인터넷에도 살며, 버스와 지하철, 길거리에서 늘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공기처럼 감싸고 있으며, 대중의 욕망은 스타를 호흡한다. 대중은 스타처럼 돈을 벌고, 스타처럼 유명해지고, 스타처럼 옷을 입고, 스타처럼 차를 타고, 스타처럼 먹고 마시며, 스타처럼 사랑하길 꿈꾼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대통령이 꿈이었다는 김영삼의 신화는 먼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말을 배우기가 무섭게 “장래 희망은 대통령”이라는 공식을 외웠던 그 무수한 아이들은 이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됐고, 지금의 아이들은 걸음마를 걷기도 전에 TV에서, 휴대폰에서, 태플릿PC에서 스타들을 만나고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 채널의 일개 오락 프로그램을 전 사회적인 현상, 연예계의 유행으로 만든 힘도 ‘스타 워너비’(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가 만들어낸 시대풍조다. ‘슈퍼스타K’의 세 번째 시즌 오디션 참가자 수가 무려 200만명을 넘었다. 스타들은 치킨부터 아파트까지 의식주와 관계된 모든 상품을 팔 뿐만 아니라 선거 참여 독려도 하고, 입양 캠페인도 하며, 난치병 예방운동도 벌인다. 미디어는 메시지가 아니라 스타다.

스타는 유명하고 인기가 있으며 그래서 동료보다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보상을 받는 사람들을 뜻한다. 스타 이상의 스타, 스타 중에서도 최고는 톱스타, 슈퍼스타, 아이돌로 호명된다. 한국에선 젊은 인기가수, 특히 가창, 댄스그룹의 멤버로 데뷔해 음악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10대 팬들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를 ‘아이돌 스타’라고 부른다. 정확한 표현은 ‘틴 아이돌(teen idol)’이다. 

국내에선 K-팝(Pop)의 전성시대이고,‘ 아이돌 스타’의 세상이다. 스타 시스템 자체를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만든 것처럼, 아이돌 그룹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 텔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I AM’은 그 정점이다

그럼 스타는 언제부터 스타로 불리게 됐을까. ‘스타’의 역사는 이제 갓 100년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당대 스타일의 춤과 노래로 대중을 울고 웃긴 인기인이 있었겠지만, 그들을 ‘스타’로 명명해 전 사회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역사에선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18세기 영국의 에든버러 위클리 저널에선 당대 최고 연극배우인 데이비드 개릭을 일러 “극장계에서의 언어로 ‘스타’라고 불린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1832년 존 나이런이 쓴 ‘우리 시대의 크리켓 선수들’이라는 책에선 당대 최고의 플레이어를 일러 “처음으로 광채를 발한 스타”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뮤직홀(연극, 노래, 춤 등 각종 공연을 벌이던 극장)의 인기 공연자들이 ‘스타’로 불려왔지만, 영화 태동 이후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스타’라는 말이 쓰인 것은 대략 1920년부터다.

‘스타’와 동시에 출연한 것이 ‘스타 시스템’이다. 19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무성영화에선 포스터나 영화 본편은 물론, 엔딩 크레디트에도 배우의 이름이 없었다. 미국 문화학자 루이스 제이콥스는 그 이유를 배우들이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가 대중의 관심이 배우들에게 쏠리면서 비로소 콘텐츠와 스타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1910년대 초에 미국에서 연예전문지들이 잇따라 창간되면서 ‘스타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영화 스틸, 현장 공개, 포스터, 슬라이드, 연예잡지, 방송 뉴스 등 온갖 매체를 이용해 한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한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각종 콘텐츠를 ‘스타 비히클(star vehicle)’이라고 부른다. 작품 속에서의 역할뿐 아니라 사생활과 스캔들, 가십 등을 통해 스타는 한 시대의 욕망과 이상, 신화를 구현하는 존재가 된다.

미디어는 ‘스타’의 이미지가 실제의 개인과 같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며 대중은 이를 기꺼이 수용한다. 스타론(論)의 대가인 영화학자 리처드 다이어는 “스타는 미디어 텍스트 속의 이미지들이며, 할리우드(혹은 어디든 그러한 것을 만들어내는 곳)의 생산물”이라며 “스타는 그들의 전형성과 개인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모순된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스타들이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현실 이상이라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국내에선 K-팝(Pop)의 전성시대이고, ‘아이돌 스타’의 세상이다. 아이돌 스타들은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스타 시스템의 절정을 보여준다. 오디션과 연습생 제도뿐 아니라 대규모 아이돌 그룹의 각 멤버를 음악을 비롯해 영화, 예능, 드라마 등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가 ‘스타 탄생’으로, 브로드웨이가 ‘42번가’나 ‘코러스라인’ ‘드림걸즈’ 등으로 스타 시스템 자체를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만든 것처럼, 아이돌 그룹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 텔링의 소재가 되고 있다. 드라마 ‘드림 하이’, 공포영화 ‘화이트의 저주’, 코미디 ‘Mr. 아이돌’ 등이 있었고,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I AM’은 그 정점이다.

그리고 지금 TV와 거리엔 앤디 워홀이 말한, 잠재적인 ‘15분의 스타’들로 넘쳐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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