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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이탈리아로 ‘시간여행’
페레티·로방의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23일 세종문화회관서…서로 다른 솔로악기들의 총집합체, 오르간은 오케스트라다
조용한 성당. 바람 소리마저도 흡수해 버릴 듯한 적막함 속에 공기를 흔드는 파이프 오르간의 떨림은 듣는 이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바람과 금속의 떨림. 수천개의 관을 통해 나오는 소리들은 경건함마저 갖게 만든다.

피에르 다미아노 페레티(왼쪽) 비엔나 음대 교수와 베르사유 궁전 오르가니스트 장-밥티스트 로방.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왠지 일상과는 멀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교회음악이 전부라고 여겨지지만 친숙한 곡들을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오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흔치 않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펼쳐진다. ‘즐거운 여행(Bon Voyage)’이라는 타이틀로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피에르 다미아노 페레티와 장-밥티스트 로방의 연탄(four hands)연주를 만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장엄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한 해 단 5~6차례뿐. 단독 공연은 한두 차례가 전부다. 이번에 선보일 이탈리아 출신의 비엔나 음대 교수인 페레티와 프랑스 출신의 베르사유 궁정 오르가니스트 로방의 듀오 연주는 그 중 하이라이트. 하피스트 곽정과 플루티스트 김지은이 로방과 함께 협연도 하고 모차르트, 비발디, 비제, 드뷔시, 라벨 등의 다양한 음악가들의 곡과 로방이 직접 작곡한 곡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측면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보이는 파이프가 전부가 아니다. 수천개의 파이프가 벽면 뒷편에 존재한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6단 건반.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페레티는 지난 1999년 세계적인 국제 오르간 콩쿠르(St. Albans International Organ Competition-England)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있는 연주자.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연주자인 그는 뉘른베르크, 도쿄 등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국제 오르간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몇 차례 발탁되기도 했다.

로방은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하지만 작곡가이기도 하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오르간, 작곡, 대위법, 16세기 작곡법, 20세기 작곡법, 관현악법, 통주저음 등 7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4살의 나이에 유서 깊은 세인트 피터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베르사유 음대 오르간 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30여곡의 음악을 작곡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베르사유 궁전 오르가니스트는 총 4명이다.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오르간에 대해 오르가니스트 로방은 “인상적이다(Impressive)”고 표현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오르간은 네오클래식을 대표하고 있어 하나의 스타일에 맞춘 게 아니라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번 연주곡들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와 라벨의 발레모음곡 ‘어미거위’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곡으로 편곡했다. 처음엔 웅장하고 익숙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내면적이고 몽환적인 곡으로 바뀐다. 특히 ‘어미거위’곡 중 ‘파고다의 여왕’은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로 그가 특별히 선곡한 곡이다.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여는 페레티와 로방은 듀오 연주를 할 때 전자건반을 따로 무대에 두지 않고 같은 단에서 한다. ‘마술피리’에서는 페레티가 높은 성부를, ‘어미거위’에서는 로방이 높은 성부를 연주한다.

로방은 자신이 작곡한 ‘바람의 원(Circles of Wind)’과 ‘먼 곳의 원(Distant Circles)’을 선사한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화성이나 선율이 모두 균형적인 작품”이라며 “우주창조의 질서에 가깝고 우리 삶에서 모든 사건들이 연결돼 있는 것처럼 중요한 음표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주가 가능한 오르간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 1435년에 만들어졌으며 스위스의 시온에 있다.                    [사진제공=안자헌]

페레티는 19세기 이탈리아 음악가 파드레 다비데 다 베르가모의 교향곡 라장조를 퍼커션과 함께 연주한다. 페레티는 19세기의 이탈리아 오르간이 관객들에게 오케스트라가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퍼커션 효과를 자주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효과가 우리시대 오르간 음악을 그리워하게 만들 거라 생각되고 멋진 연주가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페레티는 파이프 오르간 음악의 매력에 대해 시간여행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각기 다른 솔로 악기들의 총집합체인 오르간은 매우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소리 표현이 가능해 관객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듯이 그냥 따라오면 된다”고 오르간 감상법을 소개했다.

로방은 오르간 소리를 통해 다른 악기들을 상상해 보라고 감상 팁을 들려줬다. 드뷔시의 곡을 협연하는 하프와 플루트은 오르간 음색과 자연스레 어우러질 것이고 이를 연주하는 오르간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오르가니스트의 연주 모습을 무대 위 스크린에 영상으로 함께 보여준다.

박소인 오르가니스트 협회 이사장은 “피아노 독주회같이 내가 잘 모르면 집중하지 못하지만 오르간도 알면 더 재밌다”며 파이프 오르간 연주도 이같이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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