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사의 반바지
반바지도 얼마든지 품격있는 출근복이 될 수 있다, 몇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허벅지 덮되 무릎 살짝 보이는 길이…통좁은 ‘버뮤다팬츠’ 가장 무난
드레스셔츠보다 옥스퍼드셔츠…포켓치프·꽃장식 등으로 포인트를


여성들의 치마가 점점 짧아지더니 급기야 실종됐다. 인기 걸그룹을 중심으로 ‘하의 실종’ 패션이 수년째 유행하더니 최근엔 남성들의 바지도 짧아지고 있다.

지난봄, 발목이 드러나는 크롭트 팬츠(Cropped pantsㆍ7~9부 길이의 짧은 바지)로 ‘노출’을 살짝 경험한 남성들이 올여름엔 대거 ‘맨다리’를 드러낼 것 같다. 최근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노타이’와 반바지, 그리고 샌들이 허용되면서 반바지를 활용한 옷차림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닷새는 양복을 입고, 주말엔 등산복이나 무릎 늘어난 트레이닝복으로 일관하던 수많은 ‘보통 아저씨’에게 이것은 ‘비보’다. 직장 등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드러난 남자의 맨다리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흉’이었다. 일찌감치 이 ‘체통 없는 패션’을 포기하는 남성도 많다. 하지만 반바지도 얼마든지 품격 있는 출근복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품위도 지키고, 더위도 잡을 수 있다.

▶반바지, 어떻게 골라야 ‘품격’을 지킬까= ‘반바지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길이ㆍ소재ㆍ통 등 미세한 차이가 전체 옷차림과 인상을 좌우한다. 무턱대고 고른 반바지는 여름 내내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휴양지와 쓰레기 분리수거 때만 입을 게 아니라면 신중을 기하도록 한다.

오피스룩으로 반바지를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길이감이다. 너무 짧으면 사람이 가벼워 보이고, 너무 길면 어수룩한 인상으로 비칠 수 있다. 가장 적당한 길이는 허벅지는 완전히 덮되, 무릎이 살짝 보이는 정도다. 키가 작은 편이라면 무릎이 거의 다 보이거나 그 위로 3~4㎝쯤 올라오게 입는 것도 효과적이다. 체형에 관계없이 무난한 반바지는 통이 좁고 무릎이 살짝 보이는 ‘버뮤다 팬츠’다. 셔츠ㆍ카디건 등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린다. 스스로 패션감각이 없다고 여기는 남성들도 버뮤다 팬츠를 활용하면 오피스룩 연출에 어려움이 없다. 

통이 좁고 무릎이 살짝 드러나는‘ 버뮤다 팬츠’는 여름철 출근복장으로 활용하기 쉽다. 리넨 소재 재킷이나 옥스퍼스 셔츠와 함께 맞춰 입으면 반바지가 주는 경쾌함과 더불어 시원한 ‘쿨 비즈룩’이 완성된다. 왼쪽부터 몽삭·겐조옴므·클럽모나코·커스텀멜로우·갭·드리스 반 노튼·존 갈리아노·타미힐피거 제품.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널]

▶리넨 재킷에 부토니에르… 세련된 쿨 비즈룩= 반바지를 활용한 ‘쿨 비즈룩’은 반바지가 주는 경쾌함 덕에 전체적으로는 ‘얌전하게’ 연출하는 게 중요하다. 하의가 가벼워질수록 상의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급적 광택이 나는 소재는 피하고, 움직이기 편한 면 소재에 적당히 몸에 붙는 디자인이 단정하다.

긴팔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려 입는 방식은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만하다. 반바지 차림에서도 갖춰 입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요긴한 방법이다.

신동선 레옹코리아 편집장은 “반바지 위에는 드레스 셔츠(일반적인 와이셔츠)보다는 옥스퍼드 셔츠가 잘 어울린다” 며 “좀 더 격식을 갖출 때는 폭이 좁은 타이나 포켓치프(포켓 행커치프의 약칭ㆍ상의 가슴주머니에 치장하는 손수건) 혹은 부토니에르(양복류의 단춧구멍에 꽂는 꽃 모양의 작은 장식)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런웨이 위에서 이미 반바지 정장은 흔한 아이템이다. 지난 시즌 겐조옴므는 시원한 느낌의 녹색 버뮤다 팬츠를 트렌치 코트와 매치해 경쾌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를 완성했고, 드리스반노튼은 줄무늬 반바지에 흰 셔츠, 클럽모나코는 원포켓 리넨 셔츠로 세련된 오피스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바지라서 더욱 중요해지는 신발과 양말= 아무리 상의 연출에 공을 들인다고 해도, 반바지를 입으면 잘 차려입은 것보다는 가볍게 걸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발. 샌들은 지나치게 시원하고 가벼우므로 금물.

반바지를 입고도 갖춰 입은 인상을 주려면 로퍼(Loaferㆍ끈으로 묶지 않고 굽이 낮은 가죽신)나 데크 슈즈(Deck shoesㆍ본래 배의 갑판에서 신는 고무 밑창의 신발, 보트 슈즈라고도 한다)가 좋다. 신발이 가진 디자인 자체에서 복고적인 분위기가 흘러 오피스룩에 맞춰 신기 적당하다. 둘 다 발등이 드러나는 스타일로, 양말 없이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배우 주원, 유진 등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윤인영 스타일리스트는 “직장용 반바지 차림에선 너무 날렵한 신발보다는 앞 코가 둥근 디자인이 무난하다”며 “보다 경쾌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끈이 있는 스트랩 슈즈를 고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반바지에 양말을 신을 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아예 튀는 양말로 승부할 자신이 없다면 신지 않는 편이 낫다. 자칫 멋 내려다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기 십상이다. 식사자리 등 신발을 벗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꼭 필요한 경우엔 복사뼈 위로 올라오지 않는 ‘발목 양말’을 신으면 된다. 양말을 전체 스타일에 포인트로 삼을 때는 물방울이나 줄무늬 등 과감한 문양으로 선택해야 멋스럽다.

윤 스타일리스트는 “이때 길이는 복사뼈에서 5~6㎝ 올라오는 게 적당하다”며 “양말이 흘러내려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