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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육여사 휘호 박정희 두배…박근혜 효과?
경매가 7800만원에 낙찰…유명인사 휘호 중 최고가 기록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 육영수(1925~74) 여사의 휘호가 78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신사동 K옥션(대표 이상규)에서 열린 6월 여름 미술품경매에서 육영수 여사가 한글 궁체로 쓴 서예작품 ‘중용지덕’(83x36cm)이 열띤 경합 끝에 추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7800만원(수수료 별도)에 판매됐다. 이같은 낙찰가는 해방이후 정치인및 유명인의 휘호 중 역대 최고가다.

이날 경매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덕불고필유린’(126x57.5cm)도 낮은 추정가(1500만원)의 2배가 넘는 4000만원에 낙찰됐다. 박정희-육영수 부부의 휘호가 예상을 뛰어넘으며 높은 가격에 낙찰되자 ‘대선 출마선언을 목전에 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육 여사의 한글 서예작품이 박 대통령의 글씨 보다 두배나 높은 가격에 낙찰되자 경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세론이 반영된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육 여사가 타계하기 1년반 전에 쓴 휘호 ‘중용지덕’은 한글 궁체(정자)에 흘림체를 약간 혼용해 쓴 글씨로, 유교 중용의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도리에 맞는 상태’를 쓴 것이다. 글씨 하단에는 ‘계축년 원단 육영수’라는 서명이 곁들여져 글씨를 쓴 시점이 정확히 드러나 있다.

이상규 K옥션 사장은 "육 여사의 휘호가 7800만원, 박 대통령 휘호 4000만원에 낙찰된 것은 우리로서도 기대 이상으로 매우 높은 가격"이라며 "이에 대해 ‘박근혜 프리미엄’이란 시각도 있겠으나 육 여사의 글씨는 지금껏 경매시장에 한번도 나온 적이 없어 희귀성이 반영된 것같다"고 분석했다. 육 여사의 휘호는 미술시장에서 거래될만한 것이 10점 안쪽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진수 교수(강남대경제학과,미술시장연구소장)는 "육 여사 작품이 고가에 팔린 것은 사람들이 여사를 존경하고 명예로운 인물이라 보기 때문이며 희소성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추사 김정희 의 글씨가 경매시장에서 7000만~1억8000만원에 낙찰된 것을 감안할 때 육여사 휘호의 낙찰가 7800만원은 매우 높은 가격대"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예는 쓴 사람의 지명도와 인물됨됨이 작품 평가와 가격 형성에 많이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휘호가 감초격으로 등장한다. 낙찰률 또한 높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는 가장 인기가 높아 평균 2000만~30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통령의 휘호는 국가원수의 통치철학이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문구가 씌여졌을 때 고가에 판매된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작품이 가장 비싸고,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윤보선 순으로 호가된다. 반면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휘호는 경매시장에 등장하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는 지난 2002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지난 2004년 한글 휘호 ‘개척과 전진’이 6300만원에 낙찰돼 역대 대통령의 휘호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중에서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회복조국통일’이 4100만원에 낙찰된 것이 최고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휘호 ‘사람사는 세상’(1989년작)은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04년 501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경기 남양주의 한 식당에 들렀다가 남긴 휘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등은 300만~5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 글씨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현판과 비문을 남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체는 ‘힘이 넘치고 개성이 있다’는 평과 함께 일명 ‘사령관체’로 불린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사범 시절 서예 선생인 김용하(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부친)씨에게 배웠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서예가 소전 손재형(1981년 작고)의 지도를 수년간 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재임기간 중 친필 약 1200여점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에 글씨스승을 모셔두고 서예를 꾸준히 연마했을 정도로 글씨에 애착을 가졌다. 1979년 10월26일 생애 마지막 날에도 충남 아산만 삽교천 준공식장에서 ‘삽교천 유역 농업개발’이라는 글씨를 남긴바 있다.

이중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약 100~200여점 안팎이나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휘호 뿐 아니라 육필원고,관련사진 등도 거래된다.

역대 대통령의 휘호를 소장하고 있거나 이를 수집하는 수집가들은 역대 지도자에 대해 남다른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박 전대통령의 휘호 ‘개척과 전진’을 낙찰받은 50대 사업가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글씨는 특히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직업은 기업인, 군 전역인사, 교수 등 다양하다.

한편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경매시장에서 휘호 중 역대 최고낙찰가는 안중근의사의 휘호로, 지난 200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5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날 K옥션의 6월 경매에서는 총 146점이 출품돼 103점이 새로운 고객에 팔려나갔다. 낙찰율은 71%, 낙찰액은 50억원이었다. 최고가 낙찰작품은 김환기의 회화 ’작품’으로 9억원에 팔렸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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