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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연 기자의 시승기> 소리없이 강한 디젤 질주본능 매력…운전자 배려없는 인테리어 아쉬움
쌍용자동차 ‘렉스턴W’
누구처럼 세련되진 못했지만 자존심은 여전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1%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품격이 됐음에도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매력은 충분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을 보살펴줄 수 있을 만큼 쌍용자동차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렉스턴W’는 조용하고 넓고 튼튼했다.

시동을 걸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가솔린 차량인지, 디젤 차량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가, 안내 목록을 다시 한번 뒤적이게 만들었다. 창문을 열자 그제서야 디젤 특유의 펄떡이는 엔진음이 쿵쾅거렸다.

가속페달은 매우 부드러웠으나 가볍다는 느낌도 강했다. 커다란 차체에 너무 작은 심장이 달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찰나에 속도가 스스륵 올라갔다. 튕겨 나갈 듯한 가속, 무섭게 뒷심이 붙는 가속은 아니었지만 크게 모자라지 않는 힘이었다.

핸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휙휙 원을 그리는 것처럼 민감하고 부드러웠다. 과연 내가 조작하는 대로 바퀴가 움직이고 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꽃게 모양을 닮았다’는 핸들은 ‘촌스럽다’는 반응도 많지만 이미 코란도C, 렉스턴W에 적용해온 만큼 쌍용차의 트레이드마크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렉스턴W는 쌍용차가 그렇게도 자랑하는 한국형 2000cc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국내의 다양한 도로 환경(경사로, 곡선도로, 산악험로, 도심 교통정체로)에서 최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하도록 저속 토크(Low End Torque)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엔진이다.

실제 때이른 한여름 날씨를 보인 17일 오후 서울 자유로에서 에어컨을 가장 세게 켜고 100㎞ 이상의 속도로 질주해보고, 행주산성 인근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차는 수월하게 움직였다. 소음과 진동도 별반 처음과 달라진 게 없었다. 최대출력(155마력), 최대토크(36.7kgㆍm)가 동급의 현대차 싼타페DM(184마력, 40.0kgㆍm) 보다 못하지만 실제 운전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500~2800rpm에서 최대토크가 유지되도록 한 효과도 작용한 것 같았다. 연비는 기존 렉스턴 대비 20.2% 이상 향상된 13.7km/ℓ(2륜 및 공인연비 기준)였다. 7명이 탈 수 있는 렉스턴W는 차체가 커 가족용 레저 차량으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최근 일부 SUV들이 승차감을 위해 승용차들이 쓰는 차체를 적용한 것과 달리, 렉스턴W는 초강성 3중구조 강철 프레임을 사용한 것도 점수를 받고 있다.

물론 단점도 많았다. 전통이라고 하겠지만 실내외 인테리어가 너무 변한 게 없다. 기존 슈퍼렉스턴과 큰 차이점을 못 느낀다는 고객도 있다. 노블레스급에도 사이드브레이크가 핸들식이며, 계기판이 몰려 있는 클러스터는 LED 조명을 쓰긴 했지만 차에 대해 알려주는 게 별로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 콘솔은 너무 작고 전체적으로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내비게이션의 위치는 눈높이보다 낮아 운전에 다소 방해가 됐으며, 트렁크는 지나치게 무거워 여간 힘을 쓰지 않으면 닫히질 않았다.

차의 기본인 주행성능, 안전성, 승차감 등은 가족용 차량으로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경쟁력을 고려한 가격 정책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각종 부족한 편의장치들로 인해 ‘럭셔리 SUV’ ‘1%를 위한 SUV’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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