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AS센터서 4800만원 견적, 이곳선 100만원에 해결…정식 AS기간 끝난뒤 이용해야
유학·정식AS센터 교육 이수저렴한 가격에 기술은 장인급
사설 정비업체들 인기몰이
수입차 정비업계에 고수들이 떴다. 젊고 합리적인 수입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들은 ‘장인’의 칭호를 받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5만1661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나 성장, 연말에는 전체 시장점유율 10%에 달할 전망이다. 신차가 많이 팔리면 당연히 애프터서비스(AS) 수요도 늘어나게 마련. 최근 마니아급 수입차 오너들은 차가 고장 나면 정식 AS센터가 아닌 다른 곳을 찾는다. 정식 센터에 비해 수리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사설 정비업체를 한번 이용할 경우 향후 정식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만큼, 수입차업체가 부품별로 2~5년가량 진행하는 정식 AS 워런티(보증) 기간이 끝난 뒤 이용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별 고수들 따로 있다= BMW 차량 오너들에게 정비의 달인으로 꼽히는 ‘스타일(STYLE)’의 이영구(43) 사장. 고등학교 졸업 후 뉴질랜드로 건너가 대학에서 자동차학과를 공부하고 현지에서 처음으로 정비소를 차렸다.
유럽차, 그중에도 개인적으로 BMW를 좋아하다 보니 23년 경력의 대부분을 BMW를 뜯고 조립하는 데 쏟아부었다는 이 사장은 서울 양재동 본점을 비롯해 분당, 안산지점과 대구지점을 냈다. 판금과 도장은 아예 공장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면서 연 매출만 15억원이 넘는다.
일본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FJ모터스 양성민(41) 사장을 모르면 간첩이다. 국내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가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비자 문제 때문에 일단 2년제 전문대 자동차학과에 진학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졸업 후 일본 현지에서 닛산자동차 협력업체에 정비공으로 취업했다가 8년 전 한국에 들어와 FJ모터스를 차렸다. 닛산차는 기본이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 정비에는 귀신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양 사장은 이제 유럽차를 섭렵하기 위해 자신의 차도 벤츠 E280 모델로 바꿔 분해와 조립을 거듭하며 교본으로 삼고 있다.
서울 송파구 방이사거리에는 포드와 볼보차 전문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HM모터스 김연덕(40) 사장은 유학파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정식 딜러의 AS센터를 두루 거치며 제도권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포드에서 10년, 볼보에서 8년, 인피니티에서 2년의 경력을 쌓았다. 겉보기에는 허름한 동네 자동차정비업소 같지만 포드와 볼보 자동차 오너들에게는 정식 센터보다도 더 유명한 곳이 바로 HM모터스다. 때문에 한번 정비를 맡기려면 오히려 센터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수입차도 아이폰과 똑같다. 수리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저렴한 수리를 원하는 고객들이 사설 정비센터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AS 보증기간이 끝난 뒤 이용을 고려해야 한다. 사진은 벤츠의 정식 AS 서비스센터 및 정비 모습. [사진제공=벤츠코리아] |
▶수입차 정식 센터, 비싸고 성의(?)도 부족= 이들 외에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을 전문으로 고치는 서울 중곡동의 바스(VAS)모터스와 벤츠 전문인 경기도 부천시 코리안모터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포르셰 등 슈퍼카 정비와 튜닝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도곡동 S모터스 등은 장외 정비의 ‘장인 업소’들로 통한다.
이들은 수입차 정식 AS센터의 지나치게 비싼 수리비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사장은 “얼마 전 정식 AS센터에서 엔진 교체 판정을 받고 4800만원 견적을 받은 BMW M3 모델을 단 100만원에 고쳤다”면서 “정식 센터는 차에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통째로 부품을 교환하려 들고 그 대상이 엔진이 되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도 “무조건 수입차니까 비싸게 받는다는 식은 90년대식 접근”이라며 “기술적 노하우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해야 하는데, 얼마나 비싼 부품을 교환했는지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것이 현 정식 AS센터들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들 장외 정비 장인들의 공통점은 유학파 정비사이거나 국내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정식 AS센터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는 점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규 센터가 아닌 이상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만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아직도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양 사장은 “매일 고치는 닛산 큐브도 정비할 때마다 다시 일본어로 된 교본을 다시 꺼내놓고 원칙대로 고친다”며 “부품 값은 그렇다 쳐도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가 비싼 공임을 받으려면 그만큼 프리미엄급 정비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