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미세원두가 가루 10%가 최고의 맛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죠. 원두가루는 흔적을 남긴다.” 법정에서 인기 배우 주원과 유이. 그들은 이렇게 말한 뒤 상대 변호인에게 커피잔 바닥에 있는 원두가루를 보여준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달 출시한 ‘칸타타 스틱 커피’ 광고의 한 장면이다. 커피믹스에 원두가루를 넣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장치다.
이 광고를 놓고 국내 커피 부문 1위인 동서식품과 롯데칠성간에 물밑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동서식품과 롯데간의 신경전은 바로 원두가루의 함량과 커피 맛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존심 대결이다. .
▶동서 "원두가루가 많으면 커피맛이 좋다고?"= 동서는 지난해 10월 국내 업체로선 처음으로 인스턴트 원두커피 인 ‘카누’를 내놓았다. 그만큼 경쟁 제품을 내놓은 롯데에 주목하고 있다.
동서의 입장은 단호하다. 커피믹스로 아메리카노 맛을 내는 것의 핵심은 솔루블(Soulbleㆍ원두를 블렌딩과 로스팅한 뒤 여기서 추출한 물을 냉동건조해 알갱이 형태로 만든 것으로, 물에 잘 녹는 가루)인데 롯데 측은 부차적인 미세원두가루 함량으로 품질을 논한다는 것이다. 동서 고위 관계자는 “원두는 원래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다 마신 커피잔에 원두가 남는 건 당연하다”며 “롯데는 자체적으로 솔루블 생산 기술이 없어 원두가루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카누’는 한 봉지에 솔루블이 95%, 미세원두가루는 5%가 담겨 있다. ‘칸타타 스틱 커피’ 중 아메리카노 블랙과 아메리카노 스위트 제품은 솔루블과 미세원두가루 비율이 9대 1정도다.
동서는 이 대목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솔루블은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솔루블 함량이 많을 수록 단가가 높아진다”며 “원가 측면에서 보면 솔루블 함량이 적은 ‘칸타타’가 마진을 더 남길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대형마트 기준으로 ‘카누’는 한 봉지에 325원, ‘칸타타 스틱커피’는 320원에 팔고 있다.
▶롯데 "원두가루 10%가 가장 좋은 맛"= 롯데 측은 미세원두가루 비율 10%에 대한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미세원두가루를 넣으면 솔루블로 제품을 만들 때보다 맛과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기존 커피믹스 시장에선 없던 제품이어서 광고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가장 맛과 향이 좋으면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 미세원두가루 10%”라면서 “동서의 원두보다 우리 원두가 더 고운 입자로 돼 있으며, 건조방법 등에서 차이기 있기 때문에 어느 쪽 더 나은 커피라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남양유업도 원두커피 출시 가능성, 3파전 가나= 동서와 롯데가 이처럼 자존심 경쟁을 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원두커피 성장률이 괄목할 만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물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인스턴트 커피 70%, 커피음료 20%, 원두커피 10%로 나뉘어 있다. 아직 원두커피 시장 규모가 미미하지만, 최근 5년간 성장률은 16%로 급증세다. 커피 업체로선 인스턴트 커피 쪽이 성장률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커피믹스로 아메리카노 맛을 내는 제품을 전략적으로 내놓을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업계는 남양유업도 조만간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어 업체간 기싸움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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