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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슈퍼스타K·MAMA 해외공연…히트작은 모두 그녀에게서 나왔다
<1>‘ 엔터테인먼트 킹덤’CJ E&M - 이미경 부회장
국내·해외 엔터산업 파워 네트워크의 교차점
책임 프로듀서이자 대중문화예술산업 전문가
“한국 최고가 아닌 한국의 월트디즈니에 도전”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와 친분
‘한국 감독·배우 해외진출 물심양면으로 지원
‘어거스트러쉬’ 엔딩크레딧에 제작자 Miky Lee



“미키 리(이미경)는 풍요를 누리는 아시아의 젊은이들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 총명한 코스모폴리탄으로 미키 리는 테네시의 녹스빌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에서 자랐고 서울대와 하버드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사업 영역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됐다.”(1996년 8월 CNN)

이미경 부회장은 드림웍스가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는 소니가 미국의 컬럼비아를, 마쓰시다가 유니버설을 사는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일본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던 때였다. 드림웍스의 창립자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게펜은 넥타이에 정장 차림에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과 달리 캐주얼한 복장의 한국 여성이 유창한 영어로 재미있고 활달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1996년 CNN은 당시 38세의 ‘미키 리’를 소개하며 “할리우드의 거물 3인방(Hollywood power trio)이 그녀의 에너지와 야망을 반겼다”며 특히 카젠버그가 이 부회장에게 “굉장하다”(awesome)고 말했다고 전했다.

1995년 2월 제일제당 상무 시절에는 드림웍스와 거래를 성사시키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영화배급권을 얻었고, 같은 해 8월 제일제당 안에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신설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모태다. ‘미키 리’는 이미경 부회장이 하버드대 유학 시절부터 쓰던 영어명이다.

그리고 제일제당 멀티미디어 사업부는 영화, 방송, 음악, 공연, 게임, 온라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17년 후 CJ E&M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최대 기업이 된다. CJ E&M은 2011년 시가총액 1조1492억원으로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올해 해외 콘텐츠 수출액은 220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5년새 100배나 증가한 수치다. 1분기에만 영화는 전년대비 680%가 증가했고, 방송과 음악을 포함하면 전체로는 123%가 늘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CJ E&M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사이동과 변화가 잇따랐다. 일부는 혁신차원, 일부는 문책성이었다. 지난 12일엔 방송, 영화부문의 수장이 바뀌었다. 방송사업부문장엔 김계홍 상무가 임명됐고, 영화사업부문은 정태성 상무가 이끌게 됐다. 영화업계에선 대작의 국내 흥행 저조가 기폭제가 된 것으로 꼽지만 최근 인사의 저류에 흐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크게는 ‘CJ E&M의 목표는 한국 최고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직원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무언의 메시지다.

일련의 흐름엔 성과주의와 혁신주의라는 조직적인 요구가 깔려 있다. 성과주의에 기반하되, 손익분기점만 맞추면 일단 안심이라는 안일주의를 배격하겠다는 것이다. 위험한 시도로 좌충우돌해도 조직기풍을 쇄신할 수 있는 혁신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최근 일련의 인사를 보면서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메시지다. 대한민국 최고에서 글로벌로의 도약이 이루어질 전환점이라는 인식이 짙다. 한마디로 ‘방어보다는 공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쇼박스에서 공격적인 배급과 마케팅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디 워’ 등의 흥행을 일궈냈던 정태성 상무를 영화사업부문장으로 임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책임 프로듀서이자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전문가로서 이미경 CJ 부회장은 국내ㆍ외 엔터테인먼트계에서 파워 네트워크의 교차점인 동시에, 국내 대중문화와 세계무대와의 가교역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CJ E&M]

이미경 부회장은 팀장급 간부들을 불시에 불러 ‘난상토론’에 가까운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끝장 토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오가는 주제는 세계 콘텐츠업계의 동향부터 국내 대중문화의 유행, 임직원들의 업무 진행상황까지 다양하다. 어떤 논제와 화제가 오갈지 모른다. 이 때문에 팀장들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팀장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경험과 인맥을 통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중문화와 세계 무대와의 ‘브리지’(가교)이자 국내ㆍ외 엔터테인먼트 파워 네트워크의 교차점. 책임 프로듀서이자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전문가로서 이 부회장의 자타공인 위상이다.

이 부회장은 영화정보를 집대성한 미국의 유력 인터넷 사이트 IMDB에 ‘프로듀서’라는 짤막한 직함으로 소개돼 있으며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 ‘라스트 스탠드’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박찬욱 감독의 ‘박쥐’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총제작자 혹은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이 올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직접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7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도 엔딩 크레딧에 ‘Miky Lee’가 제작자로 새겨졌다.

이 부회장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 거물급 인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한국 감독과 배우들의 해외 진출을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봉준호의 ‘설국열차’,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등엔 기획부터 참여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제작단계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소개, 첫 한국-할리우드간 본격 합작을 주도했다. ‘지 아이 조’의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뒷심 역시 이미경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지였다.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내한과 윌 아이엠, 스눕 독, 닥터 드레의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 참여 역시 이 부회장의 이끌어낸 성과였다. 킬러 콘텐츠로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슈퍼스타K’의 아이디어나 MAMA의 해외 공연, 엠카운트다운의 아시아투어 역시 이 부회장의 작품이었다.

서울 상암동 CJ E&M 8층엔 임직원들이 유명 아이스크림 이름을 따 ‘월드콘’이라 부르는 40~50평 규모의 방이 있다. 본래 이름은 ‘월드콘텐츠룸’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쉬기도 하고 회의도 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벽면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연상케할 정도로 수십개의 멀티비전이 쉼없이 제각각의 영상을 내보낸다. 전 세계 지구촌의 방송, 공연 콘텐츠들이다. 또 다른 벽면은 CJ E&M이 진출한 지역마다 표시가 된 세계지도가 차지하고 있다. 사옥 내부 곳곳엔 접착식 메모지가 놓여져 있어, 직원들이 오가며 생각날 때마다 어떤 아이디어든 익명 혹은 기명으로 바로 써서 벽면에 붙일 수 있게 했다. ‘글로벌’과 ‘크리에이티브’에 맞춘 이 부회장의 눈높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바깥의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할리우드의 거물부터 국내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윤제균, 비, 이병헌 등 숱한 스타까지 이 부회장이 중심에 있는 네트워크는 CJ E&M의 작품 세계의 색깔을 이룬다. 그것은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상황을 반영하지만 그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콘텐츠, 지구 최대시장인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 통할 수 있는 작품과 스타의 배출이다. 미키 리가 이룬 K-팝, 한류의 킹덤 CJ E&M. 과연 한국의 월트 디즈니, 한국의 타임워너가 될 수 있을까.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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