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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소설집 낸 화가 황주리,13일부터 ‘사랑의 풍경’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사랑은 아프고, 인생은 무겁지만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그리 예쁘지도 않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어릴 적에 그냥 그림을 잘 그렸었다는 기억으로 남은 그녀가 전화를 했다. 그 전화 한 통에 갑자기 그의 마음이 환해졌다. 며칠 동안 비가 온 뒤,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화가 황주리(55)가 첫 소설집을 냈다. 책 이름은 ‘그리고 사랑은’(예담 펴냄)이다.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그림을 그려온 인기작가 황주리는 글솜씨 또한 빼어나 이미 여러 권의 수필집을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소설에 도전했다. 자신의 그린 그림을 바라보다가 잠깐 빠져든 꿈 속에서 불현듯 소설이 다가와 썼다는 황주리는 모두 9편의 짧은 단편을 모아 그림소설을 펴낸 것.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라는 부제의 이 소설집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생생하게 등장한다. ‘키위새가 난다’ ‘빨간 입술’ 등 흥미로운 소제목의 짧은 소설들은 팍팍한 삶에, 또 사랑하던 사람에게 차여 상심에 빠진 이들을 위무하는 따뜻한 차 한잔처럼 다가온다. 



인물들은 상상 속 인물인 동시에 작가 곁의 실제 인물, 또는 작가의 분신들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도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 소설집은 작가의 그림과 마치 쌍동이처럼 닮아 있다. 황주리의 그림에는 늘 우리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문학적인 그림’으로 운위돼왔는데, 소설은 거꾸로 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게다가 소설집에는 모두 41폭의 그림이 각 챕터 사이사이에 곁들여져 그림소설로서의 매력을 듬뿍 선사한다. 황주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현대판 시서화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소설집 출간에 발맞춰 작가는 ‘사랑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개인전도 마련했다. 6월 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에서 이어지는 전시에는 그의 다양한 신작들이 나왔다.

작품들은 강렬하게 빛나는 색채들과 남다른 상상력,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새록새록 담겨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인간에 관한 모든 것, 무엇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빛나는 순간들’을 담은 그의 그림들은 힘들고 괴롭고 때론 쓸쓸한 것일지라도 삶은 살아볼만한 것임을 속삭이듯 말해준다. 


이번에 작가는 기존 캔버스 작업외에,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안경, 의자, 돌 위에 꿈과 사람의 풍경을 접목한 작업들도 함께 내놓았다. 총출품작은 남녀노소를 초월해 모두의 공통화두인 ‘사랑의 풍경’을 그린 그림 30여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 그건 꽃이다. 우리네 삶처럼 꽃은 피고 진다. 비록 질 때 질지라도 우리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 사랑, 쉰 살이 넘은 지금 사랑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아래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화가로서 피카소를 클림트를 이해하는 대목이다.”

전시개막일인 13일 오후 6시에는 7080시대의 그리운 목소리 ‘다섯 손가락’의 리더 이두헌의 노래를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02-732-355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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