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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적인 남자의 패션은 다르다...베테랑 패션 편집장이 말하는 남자의 옷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구두에 광이 지나치게 난다는 것은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고달픈 인생일 뿐이다. 성공하고 싶으면 구두관리에 신경써야 하겠지만 성공한 사람은 구두를 닦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놈의 옷장’ 중)

물광, 불광으로 번쩍이는 구두가 무색하게 전셋방 신세를 면치 못하다 강도로 돌변, 나락으로 떨어진 유명한 소설 속 인물이 있다. 윤흥길의 소설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주인공 권 씨다. 철거민들과는 다르다는 걸 반지르르한 구두로 뻐기려 했지만 물광 구두는 되레 그의 처량한 신세를 눈물겹게 보여줄 뿐이다.

구두는 남자의 패션을 완결시켜줄 뿐 아니라 정체성이기도 한 것이다.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 20년 경력의 편집장 민희식 씨가 패션이라기 묘한 옷차림을 구사하는 한국 남성들을 위해 쓴소리를 담은 남성 패션 입문서, ‘그놈의 옷장’(RHK)을 냈다. 가령 하절기 출몰하기 시작해 오피스가를 점령하는 ‘은갈치 슈트’, 시도 때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웃도어웨어, 쫄쫄이 바이킹 패션 등 민망한 사례들을 들며 “잘 입는 것은 나중이다. 제대로 입어라”고 질책한다. 

그에 따르면, “남자의 옷은 권력”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남자 본능이 서열 다툼에 있다면, 결국 옷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왜 남자 패션이 중요한가. 민희식 씨로부터 남성들의 옷 전략, 더 나은 삶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민 씨는 “모든 미디어와 소비의 수요자가 여성이 되면서 남성이 선택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잘 꾸민 남자가 사회생활에서 유리해지고, 기업들도 이왕이면 잘 생긴 남자를 써야 상품매출이 올라가는 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남자의 패션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남자들이 옷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무엇보다 남자의 멋과 품격은 슈트에서 결정난다고 말한다. 스타일에 자신이 없다면 고급스러운 슈트 한 벌만으로도 충분히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쓸 돈이 어디 있냐고? 유독 관대한 술값만 줄여도 괜찮은 슈트 한 벌 장만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옷도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투자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슈트를 고를 때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한 사이즈 줄이라고 권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경우 대체로 한 사이즈 크게 입는다는 것. 그런데 남자들은 그걸 못 받아들인다. 거기엔 덩치가 크게 보여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다음은 색감 선택. 그는 색감을 잘 모른다면 밀리터리룩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차콜 그레이나 네이비 블루가 기본. 남자의 옷은 군복에서 유래된 것이 많기 때문에 밀리터리룩만 기본적으로 공부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그는 무엇보다 남자 스스로 옷 쇼핑에 나설 것을 권한다.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남자는 자연의 법칙에서 도태되게 마련이라는 것.

지금 직장인 룩은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세지만 미국은 다시 정장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창의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태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옷에 따라 인격이 지배를 받게 마련이죠. 직장인들의 업무의 효율성과 옷의 상관성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무원 반바지 착용 고려에 대해 부정적이다.

“연예인들이 옷을 화려하게 입는 것은 일종의 팬 서비스입니다. 공무원의 임무는 시민에 대한 서비스인데, 혐오감을 주어선 안되죠. 옷이 주는 사회적 의미를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가 보는 한국 남성들의 더 심각한 몰 패션은 캐주얼웨어다. ‘캐주얼웨어=스포츠웨어’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그가 팁 하나를 건넸다. 블레이저와 셔츠 하나만 잘 챙겨입으라는 것. 이 둘은 남자의 몸을 잡아주고 반듯하게 만들어준다.

그가 들려주는 CEO 패션은 일반적인 멋내기와는 좀 다르다. 스티브 잡스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검은 터틀넥, 리바이스 501 얘기가 아니다. 전략적으로 입기다. 구두는 닦지 말 것, 포켓스퀘어와 넥타이는 컬러는 다를 것, 셔츠와 슈트를 다림질 하는 건 금물. 좀 구겨진듯 해야 카리스마가 산다.

유행은 그에 따르면 어느정도 따르는게 좋다. 최근 스키니의 유행은 사회학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0년대 시가렛 팬츠에서 60년대 비틀즈 패션으로 얘기되는 모즈 룩 꽃을 피운 뒤 실로 60년 만인데 유독 한국에서 인기다. 그는 “기본적으로 스키니는 미니스커트와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패션”이라며, 청년 실업으로 내몰리는 청춘들의 표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남자의 패션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면에는 남자의 소비주권 회복의 메시지도 있다. 쇼핑의 권력을 가져야 대접받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meelee@h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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