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굵은 곡선이 만드는 재규어만의 근육질 차체는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 통해 매서운 눈매로 돌아온 헤드램프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작지만 더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2012년형 페이스 리프트 모델 ‘더 뉴 재규어 2.2D’는 신형 2.2D 터보디젤 엔진을 재규어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3.0 디젤, 5.0 디젤로만 나왔다.
특히 엔진은 재규어 역사상 가장 우수한 연비 효율성을 자랑한다. 실제 출시를 앞두고 영국 버밍엄의 캐슬 브롬위치에서 독일 뮌헨까지 1313㎞를 한 번 주유로 달리며 24.23㎞/ℓ라는 논라운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먼저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위치한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미세하게 밀려왔다. 정숙성을 강화했다는 회사 측 주장처럼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은 매우 민감했다.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선 온 신경을 발끝에 집중해야 했다. 묵직하면서도 힘있게 속도가 붙는 독일차, 가볍지만 부드럽게 가속이 되는 일본차와는 차이가 있었다.
시내주행에서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대신 차는 질주를 시작했다.
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5.9kgㆍm의 신형 터보 디젤 엔진의 강력한 성능은 역시 주행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도로여건상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달리다 멈추다를 반복했지만 운전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 그리고 크게 반응하는 차의 주행 성능은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회사 측이 밝힌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h 걸리는 시간) 8.5초보다 빠른 느낌이었다. 전 범위의 변속을 0.2초 만에 해내는 8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러웠으며,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수입 스포츠 세단치고는 트렁크도 넉넉했다. 3인 가족에게 필요한 텐트, 매트, 담요, 의자, 아이스박스 등 각종 아웃도어 장비를 모두 싣고도 약간의 공간이 남았다.
‘더 뉴 재규어 2.2D’는 프리미엄 디젤 세단 최초로 인텔리전트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차량이 정지 상태에 들어갈 시 0.3초 만에 엔진 동력을 중단시켜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실현한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0.4초 만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급히 출발하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일반 시내주행 시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물론 심플함이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다. 7인치 터치스크린은 버튼을 가급적 줄이고 기능을 통합했지만 다루기엔 화면 사이즈가 작았다. 특히 가격대가 비슷한 다른 수입차에 비해 어댑티브 헤드램프, 후방카메라 등 편의장치 및 옵션이 부족했다. 연비는 공인연비(14.4㎞/ℓ)와 약간 차이가 있는 8.9~13.1㎞/ℓ까지 나왔다. 가격, 배기량 다운사이징이 기존 럭셔리 편의장치에 익숙한 고객에게 외면받게 될지, 아니면 재규어의 디자인과 희소성을 선호하는 고객을 새롭게 끌어낼지 좀처럼 판단이 쉽지 않았다. 국내에선 5월 말까지 270여대가 팔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