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바닥재 유해물질 사용규제’ 돌연 1년 연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함유량‘2년간 논의하다 느닷없이 늦춰
‘안전기준 노력한 기업만 헛걸음
“개정고시탓” 기표원 해명 불구
“이상한 동반성장론” 반발 확산
국민건강권을 무시하는 ‘이상한 동반성장론’이 나와 논란이다.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 제조에 사용되는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규제를 두고 벌어진 일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해 7월로 예정됐던 PVC 바닥재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규제가 다시 1년 연기돼 이를 준비했던 업체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대체 가소제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도 마친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4월 25일 공산품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의 안전기준’ 개정고시 통해 PVC 바닥재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사용량을 온돌용의 경우 상부층 1.5%, 하부층 5.0%로 제한했다. 이는 그동안 광범위하게 쓰던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다.
그런데 유예기간을 1년 3개월이나 두는 바람에 실제 적용은 2013년 7월 26일로 늦춰지게 됐다. 그동안 빠른 규제를 업계에 공언해왔던 것과 정반대 결정이다.
<사진설명> PVC 바닥재 제조에 사용되는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규제가 예정보다 1년이 늦춰져 논란이다. 정부는 당초 7월부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사용량을 온돌용의 경우 상부층 1.5%, 하부층 5.0%로 제한하기로 했었다. |
기표원은 12월에는 벽지의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을 0.1% 이하로 규제하는 기준안도 시행할 방침이나 이 역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동반성장론에 집착한 나머지 중소기업 보호가 소비자 보호를 앞선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업체가 신제품 개발과 투자를 마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나왔다”며 “안전기준 논의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강화된 기준을 고시하면서 이를 1년 이상 유예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PVC 바닥재는 LG하우시스, 한화L&C, KCC 등 3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20% 시장을 두고 진양화학 성남화학 등 5사가 경쟁 중이다.
정부는 2010년 5월부터 PVC 바닥재에 대해 프탈레이트 함량 분석을 실시하고 업계의 대응을 요구해왔다. 당시 기표원은 가소제 없는 시제품을 2010년 안에 개발하도록 하고 2012년부터는 PVC 바닥재에 대한 유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 BBP 3종)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비자단체도 기표원의 이런 결정에 대해 항의했다. 정부는 2010년 5월부터 PVC 바닥재에 대해 프탈레이트 함량 분석을 실시하고 업계의 대응을 요구해왔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프탈레이트 가소제 사용규제에 대해 업계와 2년간 논의하다 갑자기 1년 넘게 유예기간을 뒀다”며 “동반성장과 관련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소비자 안전이나 국민건강은 동반성장과는 상관이 없어야 하고 또 이를 훨씬 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표원 측은 예정대로 시행하려 했으나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다른 안전기준 19개 품목과 같이 내년 7월로 하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기표원 관계자는 “시행시기를 조절하려면 총리실 규제심사 등의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며 “국민건강을 고려해 따로 떼어내 예정대로 시행하려 했으나 일부 업체의 반발로 개정고시 규정에 따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가소제란 PVC 수지에 가공성ㆍ유연성 등 용도에 맞는 물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사용하는 첨가제다. 특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돼 있으며, 이 때문에 2007년부터 완구 등 어린이 용품에는 함유량을 0.1% 이하로 제한해 왔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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