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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와 광기 연관성 있다”…조울증과 창의력 밀접관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머리가 너무 좋으면 미친다’는 속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극심한 기분변화와 괴팍한 성격 등 천재들에게 많다고 알려진 이러한 증상이 과학적으로 지능과 연관성 있다고 증명된 것.

천재 화가로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 작가 버지니아 울프, 애드거 앨런 포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의 상당수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5차 세계과학축제에서는 천재(genius)와 광기(madness)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이른바 ‘고통받는 천재(tortured genius)’ 가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연구들이 소개됐다고 2일 보도했다.

존스홉킨스 의대 케이 재미슨은 “기분장애, 특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bipolar disorder)가 천재들이 가지는 창의성과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가 20~3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양극성 장애는 극단적 행복감(조증·mania)과 심한 우울감 사이를 오가는 병으로 갑작스럽게 양극단의 기분을 오가는 병이다.

16세 청소년 70만명의 지능지수를 검사하고 10년 후 이들의 정신병 여부를 조사한 스웨덴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은 양극성 장애를 앓게 될 위험이 4배 높았다.

▲반고흐 <탕기 영감의 초상 Portrait of Pere Tanguy>1887년 作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 신경생물학과의 제임스 펠론은 조울증과 창의성의 관계에 연관성을 찾아냈다. 그는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 조증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 뇌의 전두엽 아랫부분 활동이 저하되면서 윗부분이 강하게 활성화되며, 이때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남가주대학의 에일린 삭스 교수는 “일반인에게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의식 표면까지 떠오르지 않고 걸러지는 게 정상이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정신병자가 한계 없이 상상하는 능력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것. 보통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의식 표면에 떠오르기 전에 걸러내지만, 정신병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서로 상충하는 생각을 동시에 떠올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튤립’이란 단어가 연상시키는 내용을 모두 적게 했을 때, 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세 배나 많은 단어를 연상했다. 삭스는 “억압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심오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포함된 인물 외에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이러한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바 있다. 그는 편집광적 비판적 방법이라 불리는 창작 수법을 구사하며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비합리적인 환각을 객관적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이한 화법으로 하나의 대상이 2중 3중 다른 이미지로 보는 병적인 착각을 이용한 것이었다.

한편 이번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천재적인 발생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됐을지언정, 당사자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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