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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속도만 빠르다고 인터넷 강국 아냐”
‘한국 인터넷 창시자’ 전길남 日 게이오大 교수
악플·중독 등 역기능 해결 급선무
아프리카 등 후발국에 본보기 돼야


“한국은 인터넷 강국 아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개발한 나라인 만큼 후발 국가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의 인터넷 창시자’ 전길남(69·사진)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였다. 미국ㆍ중국 정도의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야말로 인터넷 강국이라는 것. 전 교수는 “한국이 이 두 나라를 따라갈 수는 없다”며 “인터넷 ‘선발 국가’로서 인터넷 문화 선진화를 위해 앞장서자”고 조언했다.

1982년 5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와 구미의 전자통신연구소 간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후 30년이 흘렀다. 당시 인터넷 연결을 위한 시스템개발 네트워크를 개발한 사람이 바로 전 교수다. 국내에서는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였다. 당시 냉전 시기라 미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이 불가능했다. 정부의 지원 하에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 학생 3, 4명과 엔지니어 2명이 연구소에서 5년간 꼬박 밤을 새우며 연구에 몰두했다. 재정상 그 이상 사람을 고용할 수도 없었고, 돈이 있어도 경험자가 없어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낸 업적이었기 때문에 전 박사는 한국 인터넷 환경에 대해 더 엄격하다. 그는 한국이 인터넷 역기능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인터넷 악플, 중독 등의 문제는 한국에서만 발생한다”며 “우리가 대응방안을 마련해 아프리카 등 후발 국가에 본보기가 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속도 1등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터넷 역기능을 해결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하고 위원회 등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자정부’ 분야에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노사모 열풍 때처럼 좋은 인터넷 민주주의 사례가 있었지만, 작년 3월 아랍 민주화 혁명 때 어떤 나라도 한국을 선례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보스턴 컨설팅그룹이나 유엔 등에서 한국의 전자정부와 전자상거래 수준은 꽤 높이 평가된다”며 “이를 잘 홍보하면 인터넷 후발 국가들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박사는 “현재 인터넷은 10대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30년간 무한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이 인터넷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드웨어는 이미 애플 등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지만, 소프트웨어에서도 구글 정도의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기술과 문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완성되면 한국은 IT 분야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그게 한국이 인터넷 선발국가로서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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