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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오딧세이] 히딩크는 동적(動的), 귀네슈는 정적(情的)
한국축구와 인연이 깊은 히딩크와 귀네슈 감독이 며칠 전 한국을 방문했다. 두 감독의 한국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좋다. 또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네 심정도 어여쁜 사위를 반기는 처갓집 식구의 마음이니 한결같기는 마찬가지다.

1990년 터키 프로 리그에서 히딩크는 페네르바체 프로구단에서, 귀네슈는 볼루수포르 구단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한동안 인연이 끊어졌다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둔 3월, 히딩크는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귀네슈는 터키대표팀 감독으로 독일 보쿰에서 평가전을 앞두고 다시 조우하게 된다. 경기결과는 무승부(0-0)였지만 서로에게 의미가 깊었다. 히딩크는 이 경기를 통해 한국축구의 수비력과 공간 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반면 귀네슈는 아시아 축구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 16강전의 첫 관문인 일본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 이후 월드컵 3, 4위전을 거치면서 두 감독의 다른 행보가 이어졌다. 히딩크는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으로서 그에 걸맞은 대우와 명성을 선택하는 시발점이 되었고, 귀네슈도 한국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침내 2007년 K리그의 입성으로 이어졌다.

두 감독의 한국 축구사랑은 일관되지만 주변과 관계를 형성하는 공법에는 차이가 났다. 히딩크는 정무적인 판단이 예리하고 비즈니스 감각이 출중한 CEO형으로 물러섬(退)과 나아감(進)이 분명했다. 그는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결정과 시기에 대해 양비론을 견주면서도 마지막은 선수의 결정을 존중하는 중용을 견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편 서양식 사고로 인해 사생활 보호와 권리요구는 철저하고 단호했다.

궤를 달리해 귀네슈는 인본주의에 입각한 정적(情的)인 요소로 사람을 대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대의를 중시하는 지사(志士)형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FC서울의 서포터스들은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심판진에게 폭탄발언으로 1000만 원의 징계를 받았을 때, 서포터스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펼치고 운동장에서 그를 향해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글을 통천으로 내걸어 그를 감동시킨 바 있다.

이렇듯 히딩크의 한국 축구사랑은 숙성형으로 발전을 거듭할 것이며, 귀네슈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완숙형으로 진화될 것이다. 귀중한 자산이기에 관리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대함에 있어 순수함이 지켜졌으면 한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혹여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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