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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여관', 코믹 B급이지만 세련된 음악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 밴드 서바이벌 ‘탑밴드2’에 나오자마자 이목을 집중시킨 5인조 인디밴드 장미여관. 자작곡 ‘봉숙이’가 나가자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지난해 발매된 1집 노래 ‘너 그러다 장가 못 간다’로 또 한 번 시청자를 웃겼다. 갑자기 행사 섭외가 밀려오고 올해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는 1차 라인업에도 포함됐다.

그런데 ‘봉숙이’의 가사를 보면 제법 야하다.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고/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게/(중략) 못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중략)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19금(禁)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남자들의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공감해준다.

장미여관은 ‘반전팀’이다. 홍대 1세대인 베이스 윤장현(38)을 제외하고는 육중완(기타·32)과 강준우(보컬·31), 임경섭(33·드럼), 배상재(32·일렉기타)가 30대 초중반이라는 사실에 다들 놀란다. 육중완에게 진짜 80년생이 맞냐고 재차 확인했더니 “좀 노안이죠”라고 말한다. 

완전히 아저씨처럼 보이는 이들이 외모마저 유머로 활용하는 비주얼 밴드를 지향하는 것도 ‘반전’이고,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린 토속적인 노래를 보사노바풍에 담았다는 것도 ‘반전’이다. 강준우는 “부산 사투리를 보사노바풍과 재즈풍에 접목했더니 묘하다는 반응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노래가 유명세를 타자 복분자 CF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벌써 간에 바람이 들어가면 안 된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하자”며 거절했다고 한다.

얼핏 가사는 19금을 오가며 싼티 나는 코믹 비주얼의 B급 정서로 어필하는 듯하지만 음악은 의외로 세련됐다. 여기에는 10년 넘게 부산에서 음악을 함께한 강준우와 육중완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오랜 기간 밴드음악을 해온 내공이 한몫한다. 외모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연주 실력은 대단하다. 

코믹, B급 정서로 어필하는 듯하지만 의외로 세련된 음악을 구사하는 장미여관. 
왼쪽부터 강준우 임경섭 윤장현 배상재 육중완.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남들이 안 하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저 여자 죽인다’와 ‘남자가 여자를 만나면, 술은 왜 사주는데’ 등을 있는 대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강준우)

“1차원적으로 말하기,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이 우리의 방식이다.”(육중완)

“우리 개개인이 음악을 한 지는 오래됐지만 팀을 결성한 지는 얼마 안 된다. ‘탑밴드2’에는 20년 된 팀도 있다. 합격과 탈락이 있는 거지만 결코 우리가 잘해서 올라간 것은 아니다.”(강준우)

부산의 라이브카페에서 노래하며 실력을 다져온 강준우와 육중완은 ‘봉숙이’를 유쾌하게 표현해냈다. 여자가 계속 집에 가려고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그 슬픔(?)을 유쾌하고 너그럽게 승화시켰다. 육중완은 “아마 잘생긴 사람들이 불렀거나 뺀질뺀질한 느낌이 나는 남자들이 불렀다면 좋은 반응이 안 나왔을 것이다. 우리처럼 일생일대에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것 같은 남자들이 부르니까 귀엽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미여관 멤버들은 요즘 홍대 앞에서 활동하고 있다. ‘탑밴드2’에는 안 나가려고 했지만 리더인 강준우가 “다들 노아의 방주를 타는데 우리만 안 타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멤버 몰래 동영상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봉숙이’가 터질지도 몰랐고 유명해지는 데 익숙하지도 못하다. 멤버들 모두 실용음악학원이나 문화센터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탑밴드2’로 장미여관의 음악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은 새로운 기쁨을 맛보고 있다.

“SNS에 ‘당신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주일이 행복했다’ ‘당신 때문에 베이스 기타를 다시 꺼냈다’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한다’와 같은 글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이 다른 사람의 감성을 움직일 줄 몰랐다.”(강준우)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을, 주제가 어떤 것이건, 상상했던 곡들을 많이 쓰고 싶다.”(육중완)

“우리 음악이 세대를 아울러줄 수 있으면 좋겠다.”(윤장현)

“뒤에 합류했지만 솔직한 성격에 재미도 있고 음악도 잘한다는 걸 알았다. 장미여관이 가진 힘이 있다. 이 힘을 이용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위안이 될 치유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을 하면서 돈이 아닌 사회적 시선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정신 못차린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장미여관을 하면서 이런 것을 떨치고 싶다.”(배상재)

“곡을 준우와 중완이가 주로 쓰는데, 다른 멤버들도 자작곡을 준비하고 있다. 롱런해 비틀스 같은 팀이 되고 싶다.”(임경섭)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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