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1년의 가시밭길…“잘해왔다, 지영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을 것 같은 지옥같은 시간은 결국 흘렀다. 백지영에겐 지난 11년이 그랬다. 혜성처럼 등장한 댄싱퀸 백지영은 어느날 가수 인생 최악의 사건을 맞으며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지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백지영은 스스로에게 “잘해왔다”고 위로하며 긴시간들을 꺼내놓았다.

백지영은 22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를 통해 지난 2001년 불거졌던 스캔들로 인해 견뎌내야 했던 시간의 무게를 털어놨다.

길고 긴 시간이었다. 이미 11년이나 지나왔지만 백지영은 당시의 사건을 겪으면서 “이 일은 내게 평생을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여가수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와도 같던 사건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백지영은 가족들로 인해 버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당시에는 스스로 백지영이라는 사람이 “우리 부모님의 딸이고, 오빠의 동생이고, 내 동생의 언니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 미안하고 힘들었다”고 했다. 자신을 가족으로 둔 가족들에게 존재 자체가 미안하던 때였던 것이다.

누구의 눈도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시절, 보다못한 가족들은 백지영을 데리고 한의원이라도 가서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주려고 했다. 오랜만의 외출을 하던날, 백지영은 그날도 “가족들 다섯명이 한 차에 타고 한약방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진맥을 짚어야 하는데 도무지 차안에서 내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백지영은 “나로 인해 차 안에서는 엄한 분위기가 흐르게 됐다. 그 때 엄마가 기지를 발휘해 오빠에게 대신 맥을 짚고 약을 지어오라고 했는데, 남녀가 엄연히 다르니 그 약은 내가 먹을 수 없어 웃고 말았던 사건이 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두려움으로 인해 생긴 엉뚱한 에피소드였지만 그 일을 계기로 백지영은 다시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찾게 됐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왜 나때문에 우리 가족까지 이렇게 숨어지내야 할까”하는 생각이 컸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밖에 나가 저녁을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더 나은 시간이 온다는 것을 백지영 스스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마다 가족은 백지영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지금의 백지영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의 가시밭길이 사무치는 것만은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힘든 시기를 겪어야하는 동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다.

특히 백지영은 “내 친구도 지금 그런 시간을 겪고 있다”면서 병역기피 의혹으로 방송활동을 잠정중단한 MC몽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그 친구의 동의를 구해야하는데 몽이도 지금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 말문을 연 백지영은 “그 친구의 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다. 내가 내 가족에게 느꼈던 것처럼 MC몽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고 싶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백지영은 특히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이렇게 눈물이 나는 이유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털어놨다.

백지영은 지금도 MC몽과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세상의 비난을 한몸에 받는 힘든 시기를 MC몽 역시 “잘 견뎌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MC몽에게 “이런 누나도 있는데, 나라고 못견디겠냐는 배포를 가지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백지영에겐 길고 아팠던 그 시간 가족들과 함께 곁을 지켜준 든든한 친구들도 있었다. 가수 이지혜와 유리, 그리고 백지영의 데뷔 당시부터 지켜봐온 안무가 홍영주였다.

홍영주는 특히 이날 방송에 ‘몰래 온 손님’으로 출연해 큰 사건을 겪은 백지영에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눈물을 보이며 당시에 대해 ”편안하게 대했다. 위로랄 것도 없었다. 뭔가 잘못한 게 있어야 위로도 하는데 그럴 게 없는 일이었다“면서 바람 한 번 맞은 일상처럼 그 시간을 받아들였음을 전했다.

시간은 결국 흘렀다. 백지영은 이후 2006년 ‘사랑안해’로 다시 가요계 디바 자리에 오르며 가수 인생의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더이상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도 백지영에겐 없는 듯했다. 그 시간을 견뎌내니 백지영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영아, 너는 가진 게 너무 많아. 네가 견뎌오고 해낸 것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해. 하지만 앞으로 네가 가진 것들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잘해왔다 지영아”라고.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