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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구계 신화’ 이번엔 편백나무다
역경 딛고 가구CEO로 ‘인생역전’…문승실 MB가구 대표
태권도장 인명사고로 나락…가구 판매왕으로 재기 성공
1999년 ‘MB가구’ 설립…중국 저가 가구 공세도 극복
회사이름 ‘축복 제조한다’는 뜻…지금까지 번 재산 사회에 환원
내년쯤 장학재단 설립


“디자인과 품질 좋은 가구에 고객에 대한 배려를 더했으니 어떤 고객이든 자신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본사에서 만난 MB가구의 문승실(48)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태권도 선수에서 출발해 가구 판매왕, 수제 사무가구업체의 경영자가 그의 인생역정이다. MB가구는 ‘축복을 만든다(Manufacturar Bendicion)’는 스페인말에서 따왔다.

7살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운동선수를 했던 문 대표가 태권도를 그만둔 것은 불의의 사고 때문.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중 셔틀버스에 한 여아가 문틈에 옷이 끼인 것을 모르고 출발해 버린 것이다.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세상을 떠났다.

“뜻하지 않은 사고였지만 죄책감에 태권도가 지긋지긋했습니다.”

도장을 처분해 사고처리와 유족 보상을 마친 그는 1년을 허송세월을 했다.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졌다. 

문승실 MB가구 사장이 경기 김포시 양촌면 학운리 본사에서 자신의 인생역정과 가구산업에 대한 열정을 얘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그에게 가구라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것은 가구점 사장인 한 학부모였다. 그의 성실함에 반해 가구 일을 배우게 한 것. 매년 2번 이상씩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변화하는 시장을 보자 문 대표는 가구산업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선수시절 익힌 깍듯이 예의로 손님을 맞이하고 운동에 대한 지식으로 편안한 가구를 골라 추천했다.

가구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반 만에 4000만~50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워낙 잘 팔다보니 가구를 대주는 제조공장 사장이 “다른 매장에 납품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정도였다고.

당시 가장 잘나가던 대형 가구업체로 스카우트된 그는 자신만의 판매기법을 터득했다. 바로 컨설팅. 판매장에 앉아서 말로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 집의 구조나 인테리어, 커튼색에 맞춰 가구 목록을 짜줬다. 지금으로 말하면 인테리어 설계사인 셈.

일산 신도시건설 바람이 불던 1997년, 그도 일산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도 컨설팅은 빛을 발했다. 새로 입주하는 고객은 아예 자신의 가구에 맞춰 인테리어를 하도록 조언했다. 서민용 작은 아파트는 모던하게, 부유층이 사는 대형 평형은 앤틱 스타일로 차별화했다. 인테리어와 가구배치가 끝나고 나면 어느 손님이나 만족했다. 입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가구를 사러오기 시작했다.

2년 후엔 ‘MB가구’라는 이름으로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직접 시작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국내외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가구를 만들겠다고 노력했다. MB가구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대형 가구점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한국에서 이런 고급스런 제품을 만들 줄은 몰랐다”는 게 당시 바이어들의 반응.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가 닥쳐왔다. 2003년 무렵부터 중국의 값싼 가구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로 가격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해외 바이어들은 “중국 제품만큼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결별하겠다”고 통보했다. 거의 모든 바이어와 계약이 끊겼다.

‘가격으로는 더이상 승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제품을 사줄 고객을 찾아 나섰다. 그때 떠오른 것이 은행과 공공기관. 실용적이면서도 오래 쓸 가구를 요구했다. 업체 등록 후 2년이 지나서야 첫 제품을 납품했다.

“한 곳을 뚫고 나니 그 뒤는 오히려 쉬웠어요. 이미 가구는 검증이 됐다고 보고 이곳저곳에서 계약을 하자고 하더군요.”

한 은행은 먼저 나서서 MB가구를 다른 곳에 선전해줬다. 그의 가구는 여러 은행의 행장실, 지점장실과 텔러석, 각 기관장실로 팔려나갔다. 고급 사무용가구 업계에서 MB가구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그는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고급 제품시장도 이제 포화상태가 되고 있고 경쟁자도 많아졌다”며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친환경 가구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미 도료나 목재를 친환경 재료로 쓰는 곳은 많지만 MB가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토피를 예방하고 피부, 호흡기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 성분이 풍부한 편백나무 재료를 쓴 것.

독실한 크리스천인 문 씨 부부는 지금까지 번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내년쯤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할 생각이다.

“회사 이름 ‘축복을 제조한다’는 뜻처럼 MB가구가 불우한 이웃에게 축복이 되길 바란다.” 문 씨의 마지막 소망이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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