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문영규ㆍ민상식 기자]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동대문. 과거 1980~1990년대 한국의 의류업을 선도하며 패션시장의 메카로 불리던 동대문에 이제 새로운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들어 본다.
박근규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과거 15년 전 동대문 시장의 전성기 때 시장 전체 매출은 50조원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그 절반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예전 동대문 시장에서 가게 한 두 평 하는 가게의 권리금이 10억원 까지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권리금도 아예 안 붙을 정도인데다 공실률도 20~30%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인터넷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며 일부 성공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소매를 전문으로 하며 직접 의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 역시 동대문 시장의 몰락을 인정했다. 그는 “동대문 매출의 대부분이 도매인데 상황이 좋지 않고 현상유지만 하는 중”이라며 “소매는 매출의 작은 부분이지만 소매 상황은 도매보다 훨씬 심각하며, 우리 눈에 직접 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동대문 상황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동대문 시장의 침체에 대해 박근규 회장은 재래시장의 몰락을 첫손으로 꼽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로 주요 수요처였던 전통 재래시장이 몰락하며 동시에 도매로 의류를 공급하던 동대문 시장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렴한 중국 제품의 진출로 가격경쟁력을 잃어 과거 60대 40이던 내수와 수출 비중이 지금은 규모가 많이 줄어든 40대 60이라고 평가했다.
추 교수는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디자인, 생산, 유통을 모두 아우르는 SPA의 진출을 꼽았다.그는 “지난 2005년부터 SPA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국내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동대문 특성상 카드 결제를 꺼리고 교환과 환불이 쉽지 않은 점도 소비자들이 꺼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쇼핑몰은 동대문의 보완체이지 침체 원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이 장기적으로 동대문을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동대문의 몰락과 함께 전문인력도 함께 줄어드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 추 교수는 “미싱사의 고령화가 문제”라며 “봉제기술자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와 했다. 박 회장 역시 “의류산업에 희망을 갖지 못해 젊은 봉제기술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봉제기술자의 고령화와 젊은 인력의 감소는 기술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대문 르네상스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박 회장과 추 교수는 “공동브랜드 육성이 동대문 패션시장을 살리는 길”이라며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한국의 기술력은 아직 최고”라며 “이탈리아의 베네통이 중저가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동대문도 그런 재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동대문 상인들이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 분야별로 한 곳에 모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 교수 역시 “한류와 연계해 한국적 고유의 이미지와 동대문만의 개성있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결합함으로써 일본 시부야에 진출한 동대문 브랜드처럼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매시장은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하고 소매시장은 동대문만의 쇼핑 스토리를 개발해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대문을 살리기 위한 각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를 통해 공동브랜드화를 위한 정부지원금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정부 역시 동대문 상권을 기초부터 살리려 노력하는 중이다. 추 교수는 “정부가 한국봉제기술연구소를 통해 봉제기술 및 인력을 양성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동대문 상인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등 동대문 경제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대영 서울디자인재단 시민서비스 디자인팀장은 “향후 장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대문 명장대학’을 만들 예정이며 스마트기기로 동대문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동대문 정보공개, 신상품의 빠른 전달, 동대문 기술 제값 받기,종합적 토탈 디자인 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또 관광버스 주차 가능 자리 확보, 정찰제 도입과 동대문 매장 최신정보 온라인 제공 등의 정보공개, 국산제품 홍보 등의 업무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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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대문 패션상권의 주요 이슈와 경쟁력 강화 방안. <자료=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동대문 헬로 apM 상가의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 제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