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RX350’
업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이너 체인지’이다.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보다는 확 바뀌었고, 그렇다고 엔진이 안바뀐 만큼 풀체인지(완전 변경)란 표현을 쓰기도 애매하다. 2009년 출시된 구형 모델 대비 차체 강성이 좋아졌고, 스티어링 휠(운전대)과 차문 모습이 달라졌으며 신형 GS와 비슷하게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전면부 ‘스핀드 그릴’(뉴렉서스 패밀리룩)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시승은 영종도 하얏트 리젠시 호텔을 출발해 해안선을 거쳐 반환점을 돌고 오는 35.6㎞의 비교적 짧은 코스에서 진행됐다. 차는 시동을 걸자마자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우선 시동을 켰는지 안켰는지 헷갈린다는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과 승차감은 여전했다. 운전대는 적당히 묵직했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팔과 손의 감각을 앞바퀴에 곧바로 전달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 왔다는 카츠타 타카유키 수석엔지니어가 “오랜 주행 시험을 거쳐 스티어링휠 조작에 대한 차량 반응을 더 정교하고 민첩하게 잡아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277마력, 최대 35.3㎏ㆍm 토크의 3.5ℓ V6 가솔린 엔진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속도를 끌어올렸다.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전(全) 모델에 적용한 가변식 4륜 구동시스템(액티브 토크 컨트롤)의 경우 바퀴 속도, 회전 각도 등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 종합해 전륜과 후륜에 토크비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기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전륜만을 활용하여 연비를 높이고, 미끄러운 도로나 곡선 도로, 거친 노면 주행에서는 자동으로 4륜 구동 시스템으로 전환해 알아서 안전성을 확보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돼 안전 주행에 도움을 줬고, 팔걸이 아래 마우스(리모트 터치 컨트 롤러)도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개선돼 편리했다. 동승한 렉서스 영업담당자는 “고감도 마우스와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연동하는 작업 때문에 출시가 늦춰졌을 정도로 신경을 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렁크는 비교적 넓었고, 안쪽 좌우에 위치한 손잡이를 당길 경우 뒤쪽 좌석이 젖혀져 보다 많은 짐을 손쉽게 실을 수 있었다.
경쟁 차종은 아우디 Q5와 BMW X5라고 했다. 특히 X5와 비교하면 승차감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자신했다. 가격은 RX350 수프림이 6550만원, 이그제큐티브가 7300만원으로 종전 모델에 비해 각각 940만원과 590만원씩 작심하고 낮췄다. 색상은 이번에 4종이 추가돼 총 10종이 출시된다.
그러나 렉서스의 DNA인 승차감을 강조한 탓인지 운전하는 재미는 다소 덜했다. 실제 주행 연비도 시승차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ℓ당 6.2㎞로 미흡했다. 이와 관련해 렉서스는 주행 성능을 강조한 F스포츠 모델과 연비를 끌어올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행성능을 강조한 세단 GS와 동일한 뉴렉서스 패밀리룩을 적용하고 렉서스의 정체성인 승차감도 함께 챙겼다는 RX350. 승차감보다 주행감을 강조한 독일의 경쟁 차종이 최근 대세인 상황에서 RX350의 두마리 토끼 잡기가 고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김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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