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타워팰리스 주민들의 소비성향을 요약하자면 ‘가치소비족’에 가깝다. 경기나 가볍게 흘러가는 유행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충실한 소비를 중시한다.

특히 이들은 ‘잘 먹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유기농 같은 최상급 품질의 식품들, 외국의 새로운 식자재들, 식도락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외식메뉴 등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소비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건물 내에 있는 스타슈퍼다. 스타슈퍼의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관계자는 “선도나 맛, 식감 등 모든 면에서 최상위 상품만을 선정하고,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유명 명인이 만든 제품이나 해외 유명 브랜드의 프리미엄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덕분에 사과 1알에 1만원대에 달할 정도의 고급품이 나오기도 한다. 유기농 제품들도 다양하고, 푸드홀에는 ‘전복 데리야키’ 등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던 별미도 많다.

스타슈퍼 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3만4000원.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의 평균 객단가가 1만9000원인 것에 비하면 2배에 달한다. 워낙 고급품이 많아 객단가가 높을 수도 있겠지만, 좋은 식자재에 대한 고객들의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스타슈퍼 고객들이 무조건 비싼 제품을 찾는 과시형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 와인 코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몬테스 알파’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칠레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가격대는 품목에 따라 2만~10만원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백화점 쇼핑은 갤러리아 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을 많이 이용한다. 이 두 곳에 주민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프라이빗 쇼핑으로 입맛에 맞는 상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쇼핑에 욕심을 내는 이들은 현대백화점 본점 등 조금 거리가 먼 곳을 찾는 경우도 많다. 초기 입주철에 압구정에서 이사온 이들도 많아 현대 본점이 익숙한 데다, 백화점 측의 VIP 관리도 철저하기 때문이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소비력은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하다. 경기 영향을 크게 타지 않는 부유층의 특성이기도 하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동네 산책 다니듯 가볍게 이용하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규모가 작은 점포라 지난해에는 평균 매출 신장률이 다른 수도권 점포보다 2~3%포인트 정도 낮았다. 그러나 다른 수도권 점포들이 불황의 여파로 매출이 뚝 꺾이기 시작한 올해(1~4월)에는 오히려 매출 신장률이 타 점포보다 0.5%포인트 높다.

선호 품목도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롯데 본점과 신세계 본점에서 지난해부터 명품 시계에 대한 관심이 광풍처럼 몰아칠 때도 현대 본점에서는 여성의류가 꿋꿋하게 매출 상위권 품목으로 자리를 지켰을 정도다.

최근에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타워팰리스로 이주하는 전세ㆍ전월세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실속 소비족’들도 늘고 있다. 다소 차를 타고 이동하더라도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나 코스트코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내 스타슈퍼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한 타워팰리스 거주자는 “푸드홀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러 내려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샤넬 등 명품 일색에서 ‘대중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정년퇴직하신 중년부부나 노부부들은 양재동 하나로마트나 코스트코 등에서 알뜰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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