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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라운드 뒤엎은 오일머니
10위였던 맨시티 리그우승
파리생제르망도 ‘중동바람’
스페인 라울은 카타르 이적


“돈으로 축구팀의 역사와 영광을 살 순 없다”

2008년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깎아 내렸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왕자인 셰이크 만수르는 당시 맨시티를 인수한 뒤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그해 우승팀은 맨유였고 맨시티는 겨우 10위에 그쳤다. 퍼거슨의 말은 옳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퍼거슨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는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Noisy Neighbours)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3일 프리미어리그 첫 대결에서 맨유는 홈팬들 앞에서 1-6이란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 그 사이 만수르가 쏟아부은 돈은 5억 파운드(약9000억원)가 넘는다.

‘돈 자랑’에 비위가 상한 팬들은 ‘승리는 맨시티가 해도 우승은 맨유가 할 것’이란 믿음을 막판까지 놓지 않았다. 그러나 리그 마지막 경기 종료 직전 역전골이 터지면서 맨시티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맨유에 승점 8점차로 뒤지다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맨시티는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기는’ 강팀다운 집중력과 끈기를 발휘했다. 출발은 돈이었지만 완성은 실력이었다.

프랑스 리그도 중동 바람이 심상찮다. 파리 생제르망은 카타르 투자청에 인수된 뒤 강팀으로 변신했다. 명장 안첼로티 감독은 다음 시즌 이과인과 카카(이상 레알 마드리드)를 동시에 데려오려 하고 있다.

중동의 모래 바람은 아예 스타 플레이어를 실어 나르기도 한다. 16년 간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골잡이였던 라울은 다음 행선지로 카타르의 알 사드를 선택했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04에서 40골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한 그였기에 카타르행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앞서 스페인 대표팀 주장인 페르난도 이에로는 카타르 알 라얀에서 잠시 뛰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바티스투타도 선수 생활을 카타르의 알 아라비에서 마쳤다.

리그 수준이 유럽에 비할 바가 못되고 사막의 거친 기후도 낯선 곳으로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돈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 라울 같은 슈퍼스타는 이름값만으로 두둑한 연봉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중동은 소득세 자체가 없다. 전성기를 지나 몸값이 뚝뚝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거액을 안겨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동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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