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인상추진…좌불안석 기업들 하소연
봉형강 1t 생산비용 5만원…또 7% 인상땐 6만원으로현재 마진율도 제로인데…수출시장서 타격 불가피
유가인상에 제품값 상승…정유·화학산업도 치명적
기업들 공장일부 폐쇄 등…비상경영 모드로 전환도
경제단체가 정부에 산업용 전기료의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건의하는 것은 전기료가 더 오르면 업계 생산성에 한계가 부닥치는 상황을 대변한 것이다.
특히 철강, 정유, 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의 경우 원가부담이 급증, 일부 업체는 이익 창출은 고사하고 수출 마진이 제로 또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위기감에 직면했다. 이 같은 업체의 하소연을 더 이상 한 귀로 흘릴 수 없어 정부에 인상 자제 내지 합리적인 전기료 인상 방안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료를 계속 올리면 일부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며 “업계의 의견을 반영,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흐름과 관련해 원가절감 대책 및 생산시스템 합리화 등 ‘절전 경영’ 플랜에 돌입했다.
▶철강업체는 좌불안석=철강업체의 긴장감이 가장 커 보인다. 철강업체는 이번에도 전기료가 7% 가까이 올라가면 업계가 인내를 감당할 수준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산업용 전기료를 6.1% 올렸고, 12월에도 6.5% 인상한 바 있다.
앞서 철강협회가 “올해 다시 전기료를 7% 인상하면 철강업계에 타격이 크다“며 “안 그래도 업황이 어려워 개별업체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전기료가 오르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실제 원가부담 급증에 대한 우려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현대제철이 철근ㆍ형강 등 봉형강 제품 1t을 생산하는 데 투입하는 전기비용은 계절에 따라 상이하지만 평균 5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6~7%가 인상돼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전기료가 18~20% 정도 오르게 되면 원가면에서 t당 6만원으로, 1만원 인상된다. 현재도 마진율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원가가 늘어나면 수출시장에서 그만큼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비슷한 입장의 동국제강은 전기료 7%가 인상되면 연간 180억~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전기료 인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 뻔해 보인다.
포스코는 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아 보이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포스코는 폐열 등을 이용해 필요한 전기의 상당부분을 자체 공급하고 있지만, 역시 생산원가가 늘어날 수 있어 전기료 인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선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 및 원가(비용)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기료가 7% 오르면 연간 40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된다고 추산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A사가 후판공장 일부를 폐쇄키로 한 것도 고정비용 상승과 시장 침체 등을 비롯해 전기료가 원가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ㆍ화학ㆍ반도체업계도 귀 쫑긋=규모의 경제인 정유ㆍ화학산업에도 전기료 인상은 치명적이다. 전기료 인상은 원치않은 유가 인상과 화학제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업체는 ‘전기먹는 하마’로, 하루에만 전기료 수억원이 소요된다.
유가 인상 등은 당장은 아니고,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유ㆍ석유의 제품 사이클상 몇 달간은 제품가에 반영을 못하기에, 그동안은 업계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이 유가 인상, 화학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업체가 전기료 인상분을 가격 인상에 반영하지 못하는, 최소한 석 달간은 고스란이 부담을 떠안고 있어야 해 경영환경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역시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이지만, 삼성과 LG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채 전기료 인상 시기와 폭을 주시 중이다.
<김영상ㆍ신소연ㆍ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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