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들은 신문 잡지 방송 온라인미디어 등을 통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을 접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발달은 자본이나 권력과 결탁하며 때로는 심각한 왜곡과 조작이 발생하기도 한다. 작가는 미디어가 전하는 수많은 현상들의 이면에 우리의 믿음, 또든 생각과는 전혀 다른 면모가 깃들어 있을 수 있음을 상큼하게 보여준다.
베일리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매체)인 신문으로 인류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의 12신(神)을 표현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각기 다른 국가나 도시의 신문들을 피사체로 선택했다. 여러 겹의 신문 종이가 풍성하게 겹쳐져 부드러운 곡선이 된 신문의 단면은 자궁, 또는 태아를 연상시킨다. 결국 이 이미지는 결혼이나 가정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헤라(Hera)’신이 됐다. 또 파스텔 톤의 푸른 신문지가 하늘로 경쾌하게 솟은 듯한 이미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의 역동성을 은유한다.
이렇듯 두꺼운 일간신문을 말아 쥐었을 때의 단면과 종이의 빛깔, 형태, 움직임 등을 검은 배경에 놓고 찍음으로써 그리스 신화 속 여러 신의 이름과 짝을 이루며 각 신의 초상화처럼 보여지게 된다. 그 흥미로운 변주가 보는 이에게 신선감을 선사한다. 아울러 작가는 신문의 매체적 특성인 ‘텍스트’는 배제한채 이를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제시하는 동시에, 종이의 질감을 부각시킴으로써 어쩌면 ‘종이’에 불과한 신문의 물질적 본성을 우리 앞에 드러내고 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02)394-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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