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속담처럼 나이와 지혜는 대개 비례한다. 경험은 지혜의 원천이고, 나이 듦은 지혜의 숙성 과정이다.
칼 필레머 미국 코넬대 사회학 교수는 노인들에게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열쇠를 찾고자 했다. 이른바 ‘인류 유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저자는 5년간 70세 이상 노인 1000명에게 삶의 지혜를 물었다. 그들의 삶은 모두 8만년에 달했고, 3만년의 결혼생활을 겪었으며, 키워낸 아이 수만도 3000명에 이르렀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박여진 옮김/토네이도)은 그들의 지혜의 정수를 모은 책이다.
현인들은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것으로 ‘끌림’보다 ‘공유’를 뽑는다. 매력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최고의 조건은 아니다. 비단 정치관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밤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든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한 결혼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제일 친한 친구와 결혼을 했지”였다고 말한다. 대개 욕망은 사그라지게 마련, ‘평생의 친구’가 배우자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결혼을 통해 결코 배우자를 변화시킬 수 없으며,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관계를 시작한다면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라는 등 일상에서 체득한 조언들이 진솔하다. 직장과 육아 등에 대한 현실에 발디디고,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지혜들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물론 그들의 언어는 때론 식상하고 상식을 넘어서긴 어렵다. 하지만 쉽고 자명한 것들일수록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들의 지혜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아저씨처럼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스승 같은 인생의 길라잡이로 손닿는 곳에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