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농담(마크 S 블럼버그 지음ㆍ김아림 옮김/알마)=우리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전형에서 비정상적인 것을 분리하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진화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는 이형ㆍ기형이다. 이형들은 개체와 집단 그리고 신체와 행동 속에 감춰진 발생의 가능성과 그 과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형은 라틴어로 ‘자연의 농담’이라 불렸다. 이는 이형을 괴물로 인식한 현대의 관점과 다르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발생적 이형이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중요성뿐 아니라 발생적ㆍ진화적 관점 사이에 이들이 갖는 역사적 존재감을 보여준다. 기형적인 모든 종이 어떻게 움직이고 서로 작용하면서 세계에서 살아남게 됐는지 그 비밀은 공존에 있다.
▶편집자로 산다는 것(김학원 외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인문학 바람은 ‘인문학 연구와 학문’ 바람도 아니고, ‘인문학 책읽기’ 바람도 아닙니다. 인문학 ‘강의’ 바람입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의 지적은 출판의 최전선에 서 있는 편집자의 예리함을 보여준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등 한국 출판계에서 주목받는 6인의 출판계 대표 편집자가 저마다 편집론을 이야기했다. 책이 무엇이며, 책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고, 그 속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여섯 개의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을 통해 편집자 스스로 길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서(옌롄커 지음ㆍ문현선 옮김/자음과모음)=금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비롯해 ‘딩씨 마을의 꿈’ ‘나와 아버지’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옌롄커의 최신 장편소설. 이 작품 역시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있었던 정부의 지식인 탄압을 다룬 체제비판적 소설로, 2011년 탈고 이후 중국 내 출판이 금지됐던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문화대혁명 당시 황하 강변의 황량한 땅에 자리 잡은 강제 노동수용소 99구.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있는 이곳을 관리하는 감독은 사춘기 티를 못 벗은 공산당원 ‘아이’다. 옌롄커는 이 작품 안에 네 권의 책을 액자소설처럼 펼쳐나가며 부정당한 인민의 기억과 기록을 복원해간다.
▶레카토(권여선 지음/창비)=기억에 대한 집요한 탐색을 통해 인간관계의 미세한 균열을 포착해 서늘하게 제시하는 소설가 권여선의 두 번째 장편소설. ‘레카토’는 삼십여년 전, ‘카타콤’이라 불리던 반지하 서클룸에서 청춘의 한시절을 보낸 인물들을 둘러싼 이야기다. 이젠 중년의 유명 정치인이 된 당시 서클 회장, 철없던 신입생들은 출판사 사장, 교수, 국회의원 보좌관 등 각각의 삶을 산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게 실종된 동기 오정연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데 정연의 동생이 언니의 흔적을 수소문하면서 이들은 다시 얽힌다. 감칠맛 나는 대화와 인간의 됨됨이를 미묘한 뉘앙스에 담아내는 작가 특유의 문장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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