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
중량물 운송 물밑경쟁 후끈
‘원자력발전소를 옮기고, 축구장만한 설비도 운송하고…’
컨테이너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중량물 운송을 둘러싸고 물류업계가 이색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량물사업은 말 그대로 크고 무거운 물량을 운송하는 사업이다. 적당히 크고 무겁다고 생각하면 오산. 원자력발전소의 대형 기자재를 그대로 실거나, 축구장 길이에 맞먹는 담수설비를 옮기기도 한다.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해 고수익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물류업계의 ‘로또’로 볼 수 있다. 특수설비를 갖춰야 하는 등 다른 영역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물류업계가 끊임없이 중량물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3년 전부터 1만2000t급 중량물 전용 바지선 2척, 육상 중량물 운송장비인 멀티모듈트레일러 등을 도입하며 중량물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예 별도로 중량물사업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수출 프로젝트인 한국전력공사의 아랍에미리트(UAE)원전 물류 전담사로 선정돼 2020년 5월까지 원전 중량물 운송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미국에서 UAE 수도 아부다비까지 원전 관련 기자재 및 부품 등을 운송하는 사업이다. 최근 마창대교 상판이나 광안대교 구조물 등 교각을 운송하기도 했고, 3000t에 달하는 블록 운송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CJ대한통운이 마산~창원을 연결하는 마창대교의 2000t급 구조물(상판)을 운송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측은 “최근 추가로 최근 1만5000t급 자항선인 ‘코렉스 에스피비 1호’를 구입했고, 올해 추가로 1척을 더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항선(Self propelled Barge)은 엔진을 장착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바지선이다.
한진도 중량물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진은 현재 국내업체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설비를 사우디까지 해상 운송하고 있다. 담수설비의 무게는 4350t, 길이가 122.4m에 달한다. 축구장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컨테이너를 하역할 때 사용하는 크레인 장비를 대만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운송하기도 했다. 이 역시 빌딩 30층(높이 80m) 규모의 대형 장비였다. 한진 측은 “차별화된 중량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울산신항 부두 등 항만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중량물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물류업체 역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부 익스프레스 측은 “울산지역 항만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중량물 운송 사업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 측도 “계열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다양한 거래처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삼자물류 영업실을 강화하는 등 중량물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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