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품질경영 효과…준대형급차 10대 중 9대가 현대·기아車
지난달 준중형급 점유율 79%중형급 쏘나타·K5는 82%
차급 높을수록 장악력 커져
업계 ‘부익부 빈익빈’ 우려도
국내 완성차업계의 대표 주자를 현대ㆍ기아자동차로 꼽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 현대ㆍ기아차가 특히 강점을 가진 모델은 무엇일까? 또, 다른 완성차업체가 위협적인 경쟁모델을 선보이는 차급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차량의 ‘덩치’가 커질수록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차ㆍ소형차급에선 상대적으로 완성차업계 간의 경쟁이 거세지만, 점차 차급이 커질수록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높아져 그랜저급에선 현대ㆍ기아차 판매가 10대 중 9대에 이른다.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현대ㆍ기아차의 프리미엄 전략이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ㆍ기아차로서는 좋은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계 차원에서 볼 때 수익성 높은 차종일수록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자칫 업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의 지난 4월 승용차 모델 판매량을 차급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차량이 커질수록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덩달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ㆍ소형차급 승용차 전체 판매량에서 현대ㆍ기아차는 73%를 기록했고, 준중형급 79%, 중형급 82%로 점차 늘어났다. 준대형급으로 가면 88.9%로 상승, 전체 판매 모델 10대 중 9대를 현대ㆍ기아차 모델이 차지했다. 준대형급을 포함한 그 이상 차종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88.3%를 기록했다.
경차ㆍ소형차급에선 한국지엠의 스파크가 6261대로 전체 판매량 2만4011대의 26%를 차지했다. 단일 모델로만 따지면 기아차 모닝(8598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현대차 ‘아반떼’ |
준중형급은 상대적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차급이다. 4월 판매에서 현대차 아반떼가 9797대로 전체 준중형급 판매량(1만6468대)의 67%를 차지했다. 아반떼는 4월 전체 차종 판매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올랐다. 그 뒤로 한국지엠 크루즈(1856대), 기아차 포르테(1762대), 르노삼성 SM3(1586대) 등이 각각 10~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형급 이상으로 가면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한층 강화된다. 중형급에선 쏘나타와 K5가 각각 41.9%, 37.2%를 차지하는 등 i40 등을 합쳐 현대ㆍ기아차가 82%에 달했다. 2676대가 팔린 르노삼성 SM5가 12%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 ‘쏘나타’ |
그랜저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준대형급에선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 그랜저가 76%, K7이 12.5%를 기록했다. 르노삼성 SM7이나 한국지엠 알페온은 각각 5%, 6%로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쳤다.
그 이상 차종에서도 쌍용자동차의 체어맨(441대) 역시 현대ㆍ기아차를 크게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9이 출시되면서 향후 고급차종에서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 ‘그랜저’ |
차급이 커질수록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건 점차 고수익형 모델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매출에서도 프리미엄급 모델을 비롯, 고수익형 모델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품질 경영을 앞세운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이 한층 성숙하려면 현대ㆍ기아차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 다수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수익성 좋은 모델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면 차량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며 “현대ㆍ기아차와 다른 업체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