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매력은 쉽게 답할 수 없는, 혹은 위험한 얘기들을 명쾌하고 단호하게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단단한 과학적 신념에 기인한다.
그의 과학적 상상력과 데이브 매킨의 노블 그래픽이 더해진, 보다 대중적이면서 화려한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김영사)에서 도킨스는 과학해설사로 나서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것, 신화 혹은 기적과 지식 사이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가령 ‘현실이란 무엇인가?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우주에 정말로 외계인이 있을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 등 과학적 지식을 넘어 삶의 기본적 의문이자, 철학적 질문들이기도 하다.
최소 원자에서 시작해 무한 우주까지 광범위한 자연현상들을 관통하며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신비롭고 기적적이며 마법적인 것이 어떻게 해서 과학적인 사실로 설명될 수 있는지 명료하게 밝힌다.
예를 들어 외계인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도킨스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할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주 강력한 망원경이나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낸 것이 틀림없는 메시지를 듣게 될 전파망원경들이 말해줄 것이란 얘기다.
도킨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적으로 입증돼야만 하는 현실에 아리송한 ‘시적 마법’이란 표현을 쓴다. 현실이야말로 숨을 멎게 하는 마법이라는 얘기다. 달도, 도시의 불빛도 없는 캄캄한 밤에 바라다본 별, 우리의 1억8500만세대 할아버지는 물고기였다는 것 역시 순수한 마법이다.
“현실 세계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마법에 비하면 초자연적 주술과 무대 속임수는 하찮은 싸구려로 보일 뿐”이라는 도킨스의 말은 도전적이며 시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