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는 보잘것없고 하찮다. 하지만 먼지도 뭉치면 위력적이다. 2010년 유럽의 항공사들은 아이슬란드 화산재의 직격탄을 맞았고 축구계에도 유탄이 떨어졌다. 버스로 밀라노 원정에 나선 FC바르셀로나는 피로감에 챔피언스 리그 탈락의 쓴맛을 봐야만 했다.
옌스 죈트겐과 크누트 푈츠케가 엮은 ‘먼지 보고서’(자연과생태)는 미미하고 흔해서 존재마저 잊기 쉬운 먼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봄날, 먼지를 떠올리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건강이다.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는 먼지로부터 과연 집안은 안전할까? 1990년대 초반 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지역 3000여 가구의 실내공기는 교차로보다 50배나 유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1~10m에 이르는 미세먼지 농도는 집 안팎에 큰 차이가 없으며 집먼지진드기 등의 배설물 등이 더해져 집안 공기가 ‘바깥먼지+ α’로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인생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코 간과할 만한 사실이 아니다.
한편, 우주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먼지를 통해 먼지의 마이크로 세계는 우주의 매크로 세계로 확장된다. 토마스 슈테판은 말한다. “먼지는 물질순환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며, 이 먼지에서 별들이 탄생했고 그 별들은 생의 마지막에 다시 먼지로 되돌아간다.” 태양계는 약 46억년 전 성간가스와 먼지구름의 농축으로 형성됐으며 우주 먼지는 대개 이 과정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먼지에 담긴 기억들을 더듬으며 우주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밟고 있는 먼지, 그는 한때 삶이었다”는 바이런의 발언은 문학적 수사가 아닌 과학적 명제로서도 유용하다.
이 밖에도 범죄수사, 나노테크놀로지, 청소의 심리학 등 먼지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흥미롭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한낱’이라는 부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묵직함으로 먼지의 존재감이 다가온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