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스테판 에셀ㆍ에드가 모랭 지음, 장소미 옮김/푸른숲)=지난해 ‘분노하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뒤흔들어 놓은 94세의 노장 레지스탕스 출신의 스테판 에셀이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과 함께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 등 사회 일반의 문제와 관련 정책제안서를 냈다. 늘 현실에 밀착된 삶을 살아온 에셀은 “정책이야말로 정치의 본령”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이냐 분배냐, 좌냐 우냐를 이념으로 가르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즉 ‘정책이 살아 있는 정치’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당면과제라는 얘기다.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삶 속 보편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짚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에셀의 비전과 통찰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서른에 꽃피다(남인숙 지음/아랑)=‘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의 자기계발 에세이로 국내외 젊은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가 남인숙이 이번엔 30대 여성들의 허기진 속을 어루만진다. 작가는 서른 살을 ‘또 다른 사춘기’라고 정의하며 젊음과 삶에 대한 익숙함이 공존하는 절묘한 시기이자 경험에서 우러난 위로와 지혜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는 시기라고 규정한다. 작가는 “서른 살은 인간으로서 가장 매력적이고 일도 가장 잘할 수 있는 나이”라며, 많은 여성들이 ‘아무것도 몰라 차라리 편했던’ 스무 살을 그리워하는 걸 안타까워한다. 20대에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꿈을 위한 꿈’이 아니라 ‘내 삶을 위한 꿈’을 꾸며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작가의 조언은 현실적이어서 더욱 와닿는다.
▶굿바이, 안네(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이덴슬리벨)=홀로코스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또 다른 안네인 저자가 전쟁의 상흔을 가진 채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공동체 구역에서 안네 프랑크와 함께 자라났고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암흑 같은 시간도 함께 보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생과 단둘이 살아남은 그녀가 안네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동안 숨겨왔던,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말 못할 고독과 슬픔을 70년 만에 고백했다. 책은 전쟁 희생자인 저자 내면의 혼란과 아픔을 걸러낸 언어로 써내려갔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 남편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가인 개리 골드슈나이더와 함께 살고 있다. 음식평론가로 17권의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
▶꿀벌의 민주주의(토마스 D. 실리 지음, 하임수 옮김/에코리브르)=꿀벌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난 60여년간 이어져온 연구성과의 결정체다. 저자는 곤충사회에서 의사결정 메커니즘과 영장류의 뇌에서 의사결정의 토대를 이루는 신경세포 간에는 유사점이 있다고 말한다. 의사결정은 대안들 사이에서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며, 벌의 의사결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꿀벌 집단이 집터를 선택하는 과정은 꿀벌 민주주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꿀벌 정찰대가 10곳의 후보지를 찾아내 보고하고 논쟁을 벌이면 집단의 3~5%가 춤으로 논쟁에 참여한다. 일반 집단에서는 약 1만마리 꿀벌 중 300~500마리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오랜 논쟁 끝에 만장일치를 이룬다. 공통의 이익을 위한 집단 결정과정은 인간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정진영 기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