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千)의 얼굴을 가진 배우’ ‘명품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전광렬 씨.
그가 나눔에 나섰다. 혼자만이 아니다. 가족 전체가 나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전 씨는 얼마 전 가족사(史)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한줄 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부터 가족 전체가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것이다. 유명인이나 기업인, 일반인 등이 개인적으로 나눔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다반사지만, 전 씨 가족처럼 전체가 홍보대사로 인정을 받은 것은 평범한 것은 아니다. 나눔 문화에 새 모델을 제시하면서 나눔 물결 확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전 홍보대사(이하 대사)는 쑥스러워한다. “그다지 알릴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한 일도 없고요.”
전 대사는 헤럴드경제가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부자의 자격-신리세스 오블리주’ 시리즈와 관련해 인터뷰를 갖고 가족의 나눔 스토리를 찬찬히 풀어갔다. 과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눔에 발을 들여놓는데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시라고 저도 용기내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광렬(오른쪽부터) 씨, 아들 전동혁 군, 부인 박수진 씨 등 3명의 가족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아들 동혁이가 오히려 제 나눔 선생님= 전 대사는 나눔 이야기를 꺼내기 전 대뜸 아들 동혁(17) 군 얘기를 한다. “아들이 오히려 제 선생님이에요.”
동혁 군은 또래 청소년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아이지만 나눔만큼은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단다. 영국 중학교에 유학을 보냈었는데, 어느날 한 가지 사실을 알고 묘한 감정이 들더란다.
“동혁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매주 주말 ‘Holly Water School’이라는 장애인학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거예요. 장애인을 씻겨주고 같이 놀아주고 친구가 돼주는 일을 하면서 ‘정말 기쁘다’고 말하더군요.”
동혁 군은 현재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그 나눔 봉사는 여전히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방학 때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혁 군이 어느 날 집에 들어오더니 부리나케 용돈을 들고 다시 나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김밥을 한아름 안고 왔다.
이상해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동혁 군은 “길을 가는데 한 할머니가 김밥을 파는데, 아무도 안 사가서 좀 그렇더라. 그래서 제 용돈으로 많이 샀어요”하더란다. “그러니 제 나눔 선생님이 아니겠어요.”
물론 동혁 군이 이렇듯 배려가 몸에 익은 것은 전 대사를 보고 자란 영향이 크다. 전 대사는 예전부터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가족밖에 없다.
전 대사가 지난 2010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가족 자원봉사를 떠날 수 있었던 것도 동혁 군과 평소 나눔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부인 박수진 씨가 선뜻 “같이 가겠다”고 찬성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최빈국에 무턱대고 자원봉사를 간다는 것은 가장으로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전 대사 가족은 현지인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봉사 체험을 했다.
“우리 가족의 미약한 자원봉사로 무슨 힘이 됐겠어요. 하지만 라이베리아에선 희망을 봤고, 왜 우리가 도와야 하는지 이유를 분명 알게됐습니다.”
라이베리아 아이들과 친해지자 한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매일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니, 아니면 학교에 가고 싶니.”
놀랍게도 그 아이는 학교를 택했단다. 배우고 싶다고.
위생시설이 엉망이고, 학교도 없는 라이베리아에서의 자원봉사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 한국에 돌아와 봉사 현장을 담은 화면의 ‘희망로드 대장정’ 방송을 했는데, 모금액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 돈을 라이베리아에 보냈다. 아담한 학교가 만들어졌고, 그 학교는 전 대사의 성을 따 ‘Jeon’s School’로 명명됐다. 되레 큰 선물을 챙긴 것 같아 부끄러웠다.
“제가 앞으로도 봉사를 해야 할 이유가 됐습니다. 나누다 보니 오히려 제가 행복해지고, 우리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행복한 하루’ 선물하고 싶다= 전 대사의 목표는 열심히 사는 것이다. 맡은 배역을 열심히 연기하고, 당당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눔은 열심히 사는 과정에서 나오는 ‘동반자’다.
“굳이 어떻게 나누겠다, 얼마를 나누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되는 만큼 일상생활처럼 나눔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전 대사가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이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나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낌없이 받은 게 바로 ‘전광렬’입니다. 받았으니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뿐입니다.”
전 대사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 ‘행복한 하루’ 박스를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주고 싶단다. 가정에 필요한 책, 옷, 먹을거리 등이 담긴 ‘사랑의 박스’다. 박스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1개도 좋고, 2개도 좋고, 나중에 여력이 되면 수십개도 좋단다.
“사실 언론에서 누가 100억원을 기부했네, 1000억원을 쾌척했네 등의 보도도 나오는데 저로선 먼나라 얘기로 들립니다. 제 능력은 그 정도는 안됩니다. 다만 작은 도움이 모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범위에서 나눔을 실천하려 합니다. 물론 제 가족과 같이 말이죠.”
인터뷰를 하다 보니 강했던 선입견인 ‘카리스마’는 어느새 녹아 없어졌다. 대신 ‘훈훈한 인간미’가 계속 맴돈다. 전 대사 가족의 나눔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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