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의 부인 박수진 씨(그도 역시 재단 홍보대사다)를 만나기 전 얼핏 든 생각이다.
전광렬 씨 부인으로도 유명한 그는 사실 2002년 연세대 패션산업정보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더 넓은 세상에 나가 패션과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영국 런던 아트대학에서 유학한 재원. 긴 생머리에 미모도 뛰어나고, 패셔니스트로 이름 난 사람이기도 하다.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 대사는 그렇지만 소탈했다. 동혁(16) 군 얘기가 나오자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평범한 어머니였다. “남편은 아들 성적표를 전혀 볼 생각을 안 해요. ‘공부에 너무 닥달하지 말라’고 해요. 성적표를 억지로 보여주면 마지못해 봐요.”
남편이 성적 그 자체보다, 아들이 올곧게 크고 착한 품성의 어른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하지만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단다. “저도 말로만 듣던 ‘강남 아줌마’ 정도는 아니에요. 다만 동혁이가 공부도 잘해줬으면 하는 욕심은 솔직히 있죠.”
본격적으로 나눔을 화제로 올리자 평범한 주부로선 절대 내놓을 수 없는 확실한 철학을 공개한다.
“우리 가족이 대단한 것을 나누는 것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주변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우리 가족도 행복해지는 거죠.”
사실 온가족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 것은 박 대사의 발품(?)과 무관치 않다. 그전에도 소액기부를 해왔고, 나눔네트워크를 실천하려고 사이트도 만들어봤는데, 좀 더 체계적인 나눔의 필요성을 느껴 어린이재단에 노크를 했다. 전 가족이 라이베리아에 봉사활동을 떠난 것도 이 같은 인연의 결과물이다.
“아프리카로 가족이 떠나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오기를 잘했다’ ‘앞으로 더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박 대사는 아직도 자신과 가족이 ‘나눔 초보자’라고 여긴다. 굳이 내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단다. 다만 나눌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나눔 안내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박 대사는 ‘나눔 입문’의 망설임을 자신의 경험으로 비유했다. 영국 유학생활 마감과 동시에 런던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책 ‘리얼 런던’을 쓰기 위해 24명을 인터뷰했다. 그때 환경운동가 한 사람을 만났는데, 참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그가 말하더군요. 남극이 녹아내리는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경고하기 위해 남극바다를 수영하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푸르다못해 시커먼 바다에 뛰어들려니 겁이 덜컹 나더라고요. 하지만 일단 뛰어드니까 그렇게 마음이 포근할 수 없었다고요.”
나눔에 입문하려면 ‘내가 자격이 될까’ ‘나도 가진 게 없는데 건방지게 나눠도 될까’ 하는 생각으로 왠지 두려워하고 주저하는데, 일단 용기 있게 나눔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는 비유다.
“앞으로도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눌 거예요. 그게 우리 가족도 더 행복해지는 길이죠.”
참 건강한 욕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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