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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이효리’ 꿈꾸는 여자스타들…누구?
이효리(33)는 대한민국에서 10년 넘게 섹시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효리 이후 어리고 매력적인 외모의 가수들이 섹시미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효리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효리가 ‘섹시함’과 ‘털털함’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 배분시킨 덕분이다.

노래할 때는 남자들의 범접을 허용하지 못할 정도의 섹시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다가도, 예능에서는 털털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섹시함과 털털함으로 요즘 여성들에게 “내숭 떨지 말고 속에 있는 말을 거리낌없이 해버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절정을 이효리는 최근 ‘힐링캠프’에서 보여줬다. 


이효리는 가수인데도 노래를 잘 못해 라이브 무대가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결혼 전에 동거도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솔직함이 바탕이 된 이 말에 대해 아무런 논란도 없었다. 채식주의자가 된 이효리는 “요즘 만두와 순대가 당긴다”면서 “내가 이걸 생각 못했다. 만두와 순대에 고기가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면 채식주의자가 안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솔직함 때문에 이효리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팬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섹시미를 내세우는 여자 가수가 남성 팬 확보는 쉽지만 여성을 팬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효리는 이례적이다.



▶섹시 스타 이효리의 원천기술

섹시함과 털털함(솔직함)이라는 두 개의 아바타를 어색하지 않게 가동시키는 게 이효리만의 원천기술이다. 최근 여기에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며 ‘소셜테이너’라는 무기를 하나 더 장착했다. 이효리는 “정치적 발언으로 회사에 협박 전화도 오고 활동 제약도 있지만 마음은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효리는 2010년 4집 앨범에서 무려 6개의 노래가 표절로 판정나며 엉망진창이 됐다. 당시 집에서 칩거하며 술만 마셨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훌륭하게 재기했다. 가수 이효리가 재기하는 데에는 노래가 필요치 않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예능 프로그램이면 족했다.

이효리 이후 섹시미를 갖춘 젊은 가수들이 있었지만 이효리를 능가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대상화된 섹스어필 때문이다. 남성에게 대상화된 섹시미, 가부장적 체제가 빚어낸 섹시함은 ‘강요된 섹시함’이다. 여성에게 지지를 못 받는 이유다. 대상화된 섹시미에는 이효리가 가진 자신만의 표정과 이야기가 결여돼 있다. 이효리는 남자를 발로 차는 동작을 해도 잘 어울린다. ‘텐미닛츠’ 때부터 선보인 남성지배형 섹스어필이 남성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이뤄져 개성과 호감도를 유지한다.

섹시미는 몸을 노출하든, 숨기든 자기주도하에 이뤄져야 한다. 자기욕망을 자기주도하에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김혜수에게 이런 모습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욕망의 주체가 돼 원초적 마성을 뿜어내는 ‘팜므파탈’도 될 수 있다.



▶‘포스트 이효리’를 꿈꾸는 여자 스타들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서 아이돌들이 직접 뽑은 ‘제2의 이효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포미닛’의 현아, ‘소녀시대’ 유리, ‘카라’의 구하라, ‘씨스타’의 효린, 지나 등이 꼽혔다. 이들은 섹시 스타로서의 완성형이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제2의 이효리’ 후보 중 유리는 이효리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국내에서는 청순한 윤아를 에이스로 내세웠던 소녀시대가 일본에 진출할 때 유리를 가운데에 배치한 앨범을 선보인 것은 조금 더 강하고 섹시한 매력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리는 예능 ‘청춘불패’와 ‘강심장’ 같은 토크쇼를 통해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성에 수시로 망가질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패션왕’에서 계급 상승의 욕망을 지닌 완벽한 패셔니스타지만 현실적 벽을 느끼는 아픈 캐릭터 최안나 역을 연기하고 있다. “죽을 만큼 절망해본 적 있니?”라는 대사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하지만 ‘제2의 이효리’ 후보 대부분이 그러하듯 유리도 아직 뚜렷한 주관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구하라도 여러모로 이효리와 비교된다. 멤버 중 혼자 화장품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허리둘레가 23인치밖에 되지 않는 개미허리를 지닌, 축복받은 몸매다. 그는 돋보이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끼’와 매력이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이국적인 외모의 J-팝 스타 아무로 나미에와 비슷한 외모로 인기가 특히 많다. 구하라는 ‘힐링캠프’에 나온 선배 가수 이효리를 보고 자신의 트위터에 “효리 언니! 정말 정말 멋있어요”라는 글과 사진을 함께 올려 이효리의 열혈팬이 됐다.

현아는 어린 나이에도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자신만의 퍼포먼스 해석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버블팝’ 솔로활동으로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섹시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현승과 ‘트러블메이커’로 섹시함을 선보였다. 현아는 힙합댄스를 섹시하게 소화해내는 자기만의 기량을 지니고 있다.

현아는 빌보드닷컴이 선정하는 ‘올해의 21세 이하 아이돌 가수 21명’에 저스틴 비버와 함께 이름을 올리는 등 해외에서 특히 잘 먹힌다. 빌보드닷컴은 현아에게 ‘섹시한 K-팝 공주(Sexy K-Pop Princess)’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지나는 보컬과 댄스가 잘 어울려 섹시 디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래머형 몸매로 워낙 스타일리시해 20대들에게는 선망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길거리 사진이나 공항패션 등이 계속 이슈가 된다.

효린은 초기 섹시한 이미지 위주로 소비되는 듯했다. 효린은 최근 “섹시 콘셉트가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효린의 겉으로 섹시한 느낌은 ‘불후의 명곡 2’에서 가창력이 입증되며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한 마디로 ‘한국의 비욘세’가 된 것이다. 효린은 허스키 보이스로 애절함을 잘 표현하며 고음에서 지르는 스타일은 호소력을 발휘했다. 귀엽고 관능적인 퍼포먼스까지 갖췄다. 승부욕만 강하면 갈수록 질릴 수 있지만 효린은 이런 무대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별로 어색하지 않다.



▶섹시함을 능동적으로 체득하는 끼가 필요

결국 이효리가 가진 섹시 아이콘 자리를 차지하는 길은 섹시함의 강도보다는 소화력과 자연스러움이다. 자신이 스스로 섹시함을 잘 소화해야 대중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돈나처럼 섹슈얼리티의 성적 도발을 감행하거나 난해한 콘셉트까지 선보이는 레이디 가가를 흉내 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섹시미의 장르나 변주의 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소화해 개성으로 만들면 허용 폭이 넓어진다. 신동엽이 야한 농담을 해도 욕을 먹지 않고, 유희열이 ‘변태 같은’ 토크를 자주 구사해도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걸그룹은 주체적으로 무엇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인위적이고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강할 때가 많다. 무엇이든지 ‘콘셉트일 뿐’이라는 것이다. 간혹 걸그룹의 섹시한 이미지가 부담스럽고 저렴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섹시미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갖고 섹시한 느낌을 능동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끼를 보이며, 거기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지닌다면 이효리와 나란히 설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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