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셔직 평균 경쟁률 7대1…신세계그룹에 몰리는 이유는
5년간 800억 집중 투자…비정규직 5000명 정규직화고학력자도 대거 지원…퇴직률 줄고 애사심은 쑥쑥
이마트는 캐셔직 모집 때마다 평균 7대1의 높은 경쟁률로 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서산점은 캐셔 직원 30여명을 모집하는 데 320명의 지원자가 몰려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원자 중에는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일을 했던 고학력자도 대거 포함될 정도다. 캐셔직이 이처럼 인기인 이유는 이마트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학자금ㆍ의료비까지 ‘빵빵한’ 지원 “일할 맛 납니다”= 1979년부터 10년간 신세계백화점 정규직 공채 사원으로 근무했던 양수영(52ㆍ여) 씨는 육아 때문에 12년간 전업주부였다. 2002년 이마트 부천점 비정규직 파트타이머로 입사했다. 비정규직이라는 맹점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보람에 대한 갈망 때문에 이마트를 택했던 양 씨는 5년 후인 2007년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되는 기쁨을 맛봤다.
신세계그룹이 백화점과 이마트의 비정규직 사원 50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정규직 전환 뒤 ‘이마트가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정년까지 남은 3년을 이마트에서 좋은 추억을 쌓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씨처럼 정규직으로 전환된 모든 사원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과 고용 지속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시급에 따라 주어지던 급여가 주5일 40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연봉제로 바뀌었다.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이 정규직과 동일한 체제로 정착되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도 크게 늘어났고, 회사로부터 직계가족의 의료비나 자녀 학자금 등도 지원받게 됐다.
덕분에 신세계백화점의 캐셔 박모 씨는 2010년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던 중 회사로부터 930만원을 지원받아 경제적 부담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최근 1년간 신세계백화점 캐셔 10명이 지원받은 의료비만 해도 500만원 이상.
직원들은 “회사가 의료비나 학자금 지원 등의 조력을 보낼 때마다 다시 한 번 애사심을 느끼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트 신도림점 캐셔 직원이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이마트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회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지역 봉사에 대한 참여율도 높아졌다. [사진제공=이마트] |
▶과감한 800억원 투자로 직장 충성도 ‘쑥쑥’= 신세계의 고용안정책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전 사원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을 때보다 자그마치 800억원이 더 투입된 결과물이다. 2007년부터 5년간 매년 평균 160억원씩이 소요돼 총 800억원의 비용을 들인 셈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앞세워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고, 이는 매년 향상되는 업무 생산성으로 되돌아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캐셔의 퇴직률 감소다. 2006년만 해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캐셔 퇴직률은 14.2%에 달했으나, 매년 줄어 지난해는 8.3%까지 떨어졌다.
퇴직하는 캐셔가 줄고, 평균 근속기간이 늘어나면서 업무 숙련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정규직 전환으로 얻은 효과다. 지난해 이마트 캐셔의 계산 오류 건수는 2006년에 비해 75%나 줄었다. 직원의 애사심이 커지면서 자연히 고객을 향한 서비스 정신도 높아졌다. 지난해 이마트에 접수된 고객의 불만 사항은 2006년에 비해 65%나 감소했다.
봉사활동 등 회사가 펴고 있는 정책에 대해 직원이 적극적인 협력을 보내는 것도 정규직 전환을 통해 얻은 소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캐셔 등 비정규직이었던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고, 기존 정규직 직원과 소통이 활성화하는 등 많은 무형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