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유경선(57ㆍ사진) 유진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하이마트 재무부문 대표이사로서 경영정상화를 혼자 떠맡게 됐다.
하이마트는 지난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선종구 대표이사 해임안을 3대 1로 가결시켰다. 선 전 대표는 수천억원대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사회 진행상 잡음이 없진 않았으나 유 회장으로서는 앓던 이를 뽑은 셈이다.
이로써 유 회장은 5년만에 다시 승자가 됐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지분 3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진그룹은 2007년 12월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최대주주이면서도 2대주주이자 전문경영인(선 전 대표)에게 안방을 내줘 4년 넘게 주인행세를 못했던 게 사실이다.
승자의 저주도 맛봤다. 하이마트 인수 부담으로 유진그룹은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까지 맺고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에 나서야 했다.
유 회장은 당장 대주주의 횡령으로 정지된 주식거래부터 재개토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경영권 분쟁과 대주주의 비위 등으로 훼손된 기업가치를 회복하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매각은 그 이후다.
하이마트는 선 전 대표 해임으로 공석이된 영업부문 대표이사를 10일 내 선임하기로 했다. 경영진 대상 내부감사기능을 강화하고 비리의 온상이었던 거래의 투명성 확보에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롯이 주인행세를 할 기간도 잠시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하이마트는 상반기 중 매각돼 다른 주인의 품에 안긴다.
급한불은 껐지만 하이마트 정상화까진 산넘어산이다.
우선 지난해 11월 이후 경영분쟁을 겪으면서 상처난 조직을 추슬러 영업력을 회복하고,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당장의 과제로 꼽힌다. 증권당국은 이런 점을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선 전 대표 측에 섰던 임직원 처리도 일반인에겐 적지않은 관심이다. 승자의 아량은 고금을 관통하는 미덕이다. 전날 이사회 직후 유 회장은 “임직원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출근길에 만난 유 회장은 “주식거래 재개 등 신속한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 하이마트 임직원들과 진정성을 갖고 계속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수차례 이메일을 통해 하이마트 임직원들과 소통을 시도해왔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더 큰 짐을 지게 되서 일까. 유 회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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