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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최남주> 삼성家, 加조지프 형제의 우애 배워라
재벌가 형제간 막말 설전…61년만에 타국서 유해상봉
조지프家 형제애와 대조…돈이 가족애보다 앞서서야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로 기억된다. 형제 농부가 추수를 끝낸 뒤 동생은 형님네 집으로, 형님은 동생네 집으로 볏단을 밤새 나르며 우애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의좋은 형제’를 잊을 수 없다. 1970년대 중반 ‘의좋은 형제’를 패러디한 농심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라면 CF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농심 라면’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형제간 우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많다. 장동건, 원빈이 형제로 출연해 1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중 하나다. 몇 년 전에 상영된 이 영화는 당시 전국 모든 가정에 진정한 형제애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형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들어 어린 자녀들과 함께 TV 시청이 곤란한 가정이 많을 게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 이숙희 씨 등 삼성가(家) 형제간의 상속 분쟁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가 형제의 상속 분쟁은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상속 분쟁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기도 전에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이들이 친형제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호간에 막말을 퍼붓고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어디 이뿐인가. 형제간 상속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CJ 회장 미행 사건과 술접대 파문 보도 등 오해를 살 만한 일들이 연달아 터져나오면서 CJ그룹과 삼성그룹 간 해묵은 갈등까지 표출되는 상황이다. 관련 그룹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조차 편을 가르느라 분주한 것 같다.

배경이야 어떻든 대한민국 1등 재벌이라는 삼성가의 친형제가 상속 분쟁에 휘말려 막말 설전을 벌이는 광경은 볼썽사납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많은 호사가들은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며 연일 입방아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비아냥 섞인 소리까지 들린다.

시선이 곱지 않기는 외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영국 BBC방송은 얼마 전 가족분쟁이 아시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을 그 사례로 꼽았다고 한다. 사실 재벌기업의 형제간 다툼은 생소하지 않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H그룹, D그룹, A그룹 등 수많은 재벌들이 ‘형제의 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재벌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형제간에 크고 작은 분쟁을 경험한 곳이 많다. 삼성가의 상속 분쟁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던 25일, 부산 유엔 기념공원에선 형제간의 우애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한 작은 행사가 있었다. 바로 6ㆍ25 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캐나다 조지프 형제의 61년 만의 ‘유해 상봉’이다.

한국판 ‘태극기 휘날리며’로 불리는 조지프 형제의 ‘유해 상봉’은 형제간의 싸움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는 삼성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며칠 뒤면 가족간의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가 형제들이 조지프 형제로부터 ‘가족 사랑’의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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