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포스코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던 신일본제철이 포스코를 상대로 1000억엔 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신일철이 포스코의 시장 확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쇼’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26일 포스코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신일철은 지난 25일 포스코가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부정하게 취득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 부정취득 행위) 위반 혐의로 도쿄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신일철은 소장에서 포스코를 상대로 1000억엔(한화 1조4000억여원)의 손해배상과 전기강판의 판매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철이 포스코에 판매중단을 요구한 전기강판은 고성능 ‘방향성 전자(電磁)강판’으로, 일반 강판에 비해 규소(실리콘)의 함유량이 많아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다. 주로 발전기나 모터의 철심으로 쓰이며 가격 역시 일반 강판보다 3~4배 비싸다.
신일철의 소송 소식이 전해지자 포스코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의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 신일철이 일본 언론을 통해 소송 제기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또 신일철이 소송과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전기강판 제조 기술 중 어떤 기술이 부정하게 취득된 것이지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기강판 제조에는 수 백가지의 철강 제조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일철의 주장처럼 포괄적으로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아직 소송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않은만큼 법률대리인을 지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지만,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강경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신일철과 포스코의 법정공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신일철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기강판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신일철이 지난해 포스코가 턱밑까지 쫓아오자 후발업체의 시장 확대 견제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세계 전기강판 시장의 점유율은 신일철이 20% 내외였고, 포스코는 최대 20% 가량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신일철의 소송은 결국 경쟁사의 시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제스쳐”라며 “철강 업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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