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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향한 박범신, 그해 첫 겨울은…
지난해 늦가을 서울을 떠나 고향 논산에 터를 잡은 소설가 박범신이 그곳에서 겨울을 났다.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을 그 겨울의 풍경을 담은 산문집 ‘논산일기 2011겨울’(은행나무)이 출간됐다. 

이불 보따리와 책 보따리를 싸 서울을 떠나던 날부터 매일 페이스북에 올린 단상들은 평범한 일상의 기록들이지만 품고 있는 그림자가 길다.

그는 적막한 그곳에서 겨울 동안 할 일, 두 가지를 정한다. 하나는 한참 동안 멀리한 아주 기본적인 고전들을 곁에 두고 쉬엄쉬엄 읽기. 둘은 일기를 쓰자는 것. 배추된장국과 김치, 밥 한 공기의 식사, 금붕어와 빈 꽃병, 호수와 달, 나무를 바라보며 그는 기억 속 먼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우울에 소주병을 기울이기도 한다. 여전히 뜨거운 사랑에의 목마름과 열망, 영원, 초월의 한 자락씩을 거머쥐고 그는 자신과 싸움을 벌인다.

“내 안의 수많은 내가, 응고되어 고착된 것만도 아니다. 증식을 계속하면서 그것들은 내적 분열을 거듭한다.”(본문 중)

그는 나이 먹는 것, 삶의 유한성을 지혜롭게 넘으려면 창조적인 작업에 열중하는 게 좋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창 밖에 내다보이는 호수는 그에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속엔 스무 살 시절, 문학청년이 쓰던 나무책상이 가라앉아 있다. 칼자국 나고 낙서도 많은 책상이지만 밤마다 신과 교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책상이다. 그 후 오랫동안 그는 겉만 깨끗한 책상에 앉아 있었다고 고백한다.

비운 만큼 차 오는 것도 있다. 그는 홀로 컴컴한 빈집 뜰을 비추는 맑은 달빛 속에서 환하게 속이 가득차옴을 느끼며 희망에 부푼다. 논산에 내려올 때만 해도 그의 마음은 평택쯤에 가 있었다. 겨울을 지내고 나니 비로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됐다며, 그는 ‘조정리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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