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더킹’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방송초기 보기 좋게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더킹’이 최근엔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킹’은 초반 박유천과 엄태웅이 맹활약하고 있는 ‘옥탑방 왕세자’, ‘적도의 남자’ 사이에서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다. 다이내믹한 구성, 탄탄한 스토리 전개, 희극적인 요소와 잔잔한 감동의 적절한 조화, 주연배우들의 활약 등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좋았다.
특히 ‘더킹’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뭐니 뭐니해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유기적인 조합이다.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의 조합, 은시경(조정석)과 리강석(정만식)의 조합 그리고 염동하(권현상)와 권영배(최권)의 조합은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초반 고공시청률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중 하지원과 이승기 사이의 갈등과 삶의 시각 차이 등은 톱스타들의 등장 이상의 색다른 재미를 줬다.
그런데 최근 이 드라마가 꼴찌로 떨어졌다. 초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극 중반 하위로 떨어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더킹’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기 바쁘다.
‘더킹’의 남자주인공 이승기의 캐릭터를 보자.
그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 하에서 왕의 뺀질거리는 동생이다. 최고의 신분 왕족이지만 전혀 왕족답지 않은 뺀질거림과 빈정거림의 소유자이며, 그런 엉뚱함에서 간혹 분위기 반전과 유머러스함을 풍기지만, 때로는 잘생긴 외모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그는 양면성을 띠고 있는 캐릭터이다. 김항아(하지원 역)가 은시경(조정석 역)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 남자로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그의 캐릭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전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 언제 변할지 모르는 반전 상황들도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줬다.
이재하는 김항아에게 총(공포탄)을 쏴 결국 남북단일팀이 해체하자 왕족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또 다른 극적 결과를 이끌어낸다. 초반엔 전혀 예기치 않는 상황과 극적 상황들이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언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반수 포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몰입했다.
하지만 요즘은 개성적인 캐릭터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반전 상황’이 모두 사라졌다.
‘더 킹’은 후반부로 갈수록 이 같은 캐릭터의 개성이나 불안정성마저 매우 전형적이 돼 식상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너무나 광범위한 설정 때문에 캐릭터 개성이 들쑥날쑥하게 되고, 정작 드라마 전반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애매함을 갖게 한다. 마치 미국 반전드라마의 전형인 ’프리즌 브레이크‘가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오명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극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사라지고, 주변 인물들에 너무 치중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인공인 하지원과 이준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순재와 윤제문 등에 집중함으로써 초반 극이 갖고 있었던 생각도 모호해졌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극은 하지원, 이승기 조합으로 가야한다. 그들이 나오면 시청률이 뛰었다. 제작진은 그 부분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귀띔했다.
물론 시간은 있다. 드라마가 ’가지치기‘를 통해 일관성과 전형성을 확보하면 초반 ’독주의 추억‘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틀을 잘 짜고 ’더킹‘의 매력을 가미한다면 분명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황용희 이슈팀기자 / h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