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가 임일진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연출자 의도·연기자 고려 무대 연출미술적 감각 외 소통능력 등 갖춰야
“연기나 연출을 전공하더라도 꼭 알아야 할 부분이 무대, 즉 공간에 대한 이해죠. 작품의 메시지나 연기자의 연기를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무대 미술입니다.”
무대미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임일진(44)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는 대학시절(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무대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마땅한 학교를 찾기 어려워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오페라단 상근 미술감독을 지냈다. 15년 넘게 무대미술가로 폭넓게 활동해왔지만 그는 ‘무대미술’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여전히 많다고 털어놨다.
“아직도 ‘무대미술’ ‘무대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무대에서 망치질을 하고 소품 나르는 줄 아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도 선천적으로 다리 한 쪽에 장애가 있어 걸을 때 불편함이 있어요. 하지만 무대미술가로 활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잖아요? 오히려 늘 공부하고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일이죠.”
그래서 그는 무대와 미술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문학성’이야말로 무대미술가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꼽는다. 문학성이 좋을수록 같은 대본을 읽어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연출자의 의도와 연기자를 고려한 최적의 무대연출로 이어진다는 것.
임 교수의 경우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면 연습실을 자주 찾는다. 연기자들의 연기를 많이 볼수록, 연출가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모두가 만족하는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작업을 여러 번 했다 해도 매번 무대는 달리 써야 하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긴장감을 놓을 수도 없죠. 또 무대 준비가 늦어지면 모든 작업이 늦어지기 때문에 늘 마감시간에 쫓기는 스트레스가 있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과 의견이 다를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는 능력도 필요하고요.”
그는 젊은 친구들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나 호기심에 무대미술에 관심을 가졌다가도 쉽게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미술적 감각 외에도 자기관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갖춰 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임 교수는 그래도 희망을 말했다. 또 열악한 환경을 불평하기보단,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무대미술가로서의 보람은 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극장 상설공연인 ‘미소’를 3년째 하고 있어요. ‘춘향이’라는 테마는 같지만 해마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하는데 정동극장의 무대가 넓지 않아 작업하기에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어요. 원근감을 살리기 위해 올해는 꽃으로 벽을 장식해 화려함까지 더했죠. 오히려 어떤 한계점을 무대미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이 일의 보람이자 매력이에요.”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