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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성진> 농구단 해체 ‘신세계의 꼼수’
‘다른 팀들과 업종이 달라 팀 운영이 힘들다?’

유통업계의 선두주자 신세계가 여자프로농구단 부천 ‘쿨캣’을 전격해체하기로 해 농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997년 명문 태평양을 인수해 98년 창단한 신세계농구단은 15년만에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농구계는 신세계측이 내세운 해체 명분이나 절차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3일 오후 1시 김원길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와 만나 2시에 해체 발표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해체 이유는 “나머지 5개팀이 금융업계팀이라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스포츠팀이 해체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기업에 긴축경영 압박을 가하면 전시 효과가 가장 큰 스포츠단이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수백,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부실기업은 살아남아도, 연간 100억원도 되지 않는 스포츠단은 ‘기업 방만경영’의 표상처럼 툭하면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신세계의 경우처럼 “다른 팀들과 업종이 달라” 해체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6개팀으로 구성된 WKBL리그에서 5개팀이 금융팀이 된 것은 이미 2004년의 일이다. 신한은행이 현대건설 농구팀을 인수하며 신세계를 제외한 5개팀이 생보업과 은행팀이 됐다.

신세계의 불만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정선민 양정옥 등을 앞세워 우승팀으로 자리잡았고, 당시 자사 백화점 여직원들에게 근무중 농구중계 시청을 허용할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농구단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면서 다른 팀들에 좋은 선수를 내줬고, 팀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 일부 팀들이 거액의 언더머니를 주고받으면서도 다운사이징 계약서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WKBL은 이를 제재하지 못했다. 신세계로서는 ‘큰 돈 쓸 생각도 없고 성적도 안나는 팀’을 더 끌고갈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신세계의 경영적(?) 판단은 십분 이해한다해도 선수들과 리그측에 아무런 양해나 인수절차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없이 해체발표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신세계는 향후 ‘불모지(?)인 동계스포츠를 후원해 국위선양을 하겠다’고 밝혔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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