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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코리안 특급’…박찬호의 화려한 부활투
시범경기 부진 딛고 6과 3분의 1 이닝 2실점 호투…두산 상대 국내무대 데뷔전 승리
두산 타자 이종욱이 헬멧을 벗고 꾸벅 인사를 한다. 한화 투수 박찬호는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자신도 모자를 벗고 이종욱과 팬들 앞에 목례를 했다.

한국과 아시아 야구를 상징했던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의 12일 국내 복귀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7회 1사에 주자 2명을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청주구장을 메운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선수들은 두 손을 치켜들며 역투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전설을 맞이했다. 결국 박찬호는 6과 3분의 1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을 기록해 시즌 첫 선발경기를 멋진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94년 한양대를 중퇴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입단한 뒤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휴스턴, 양키스, 피츠버그, 일본 오릭스를 거쳐 18년 만에 돌아온 에이스의 땀에 젖은 모습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벤치에서 자신이 남겨놓은 주자를 상대하고 있는 후배를 응시하는 눈길에는 가벼운 떨림까지 느껴졌다. 메이저 124승의 투수지만, 국내 프로야구 첫 등판은 그에게도 설레는 첫 경험이었을 게다.

코리안 특급의 한국야구 첫승. 충남 공주고 출신 박찬호는 그렇게 홈팬들과 국내 야구팬들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줬다. 20대 초반이나 그보다 젊은 야구팬들에게는 TV 속에서나 보았던 한국 야구의 전설은 이제 다시 부활한 전설이 됐다.

149㎞의 최고 구속은 160㎞를 넘나들던 전성기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묵직했고,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도 농락하던 폭포수 같은 커브와 커터는 마구처럼 보였다. 앞서 시범경기에선 8과 3분의 1이닝 동안 12.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이제 끝난 것 아닐까’라는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던 박찬호. 그러나 정규시즌 뚜껑을 열자 베테랑의 어깨는 건재했다.

국내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한화의 후배 투수 류현진도 “정말 잘 던지시더라. 모든 게 다 좋았다”는 말로 존경심을 나타냈다.박찬호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신경현은 경기 후 “역시 박찬호라는 말이 나온다”며 감탄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 뒤 “개인적으로는 승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저를 투수로 만들어 주신 분이 시구도 해주시고 부모님도 와 계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기쁘고 보람된 경기였다”며 오랜만에 웃었다. 박찬호가 있어 행복한 12일이었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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