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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필름 심재명 대표 “‘건축학개론’? 350만 까지 예상 新기록 목표”(인터뷰)
‘시라노 연애 조작단’, ‘마당을 나온 암탉’, 최근 흥행 선두를 달리는 ‘건축학개론’까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흥행 3연타로 연일 웃음꽃 피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 그는 그동안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광식이 동생 광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폭넓은 장르와 다양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배출해내며 영화계의 ‘여장부’로 떠올랐다.

현재 ‘건축학개론’은 멜로라는 장르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300만 돌파를 향해 흥행 순항 중이다. 멜로물이 영화 시장에서 이 같은 흥행 수익을 창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심재명 대표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처럼 겸손한 미덕을 갖춘 사람이었다.

‘건축학개론’은 현대를 살아가는 3040 세대들에게는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를, 사랑이 전부인 젊은 세대층에게는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사실 제작에 앞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걸렸다. 이용주 감독은 스스로도 “명필름에서 안되면 충무로에서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90년대 사랑 이야기가 20대 주 관객층을 끌어 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명필름은 ‘건축학개론’의 가능성을 진즉에 알아봤고, 이는 고스란히 흥행으로 이어졌다.

“‘건축학개론’은 내부적으로도 잘될 거라고 예상했던 영화에요. 물론 멜로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하기 어렵긴 하지만 저희는 이 영화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시라노 연애조작단’ 보다 관객층 더 많고, 배우들도 다양한 연령대로 분포돼 있잖아요. 그랬기 때문에 더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의 주연은 엄태웅-이제훈, 한가인-수지로 이뤄졌다. 다시 말하자면, 더블 캐스팅인 것이다. 사실 유명 배우들은 더블 캐스팅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축학개론’ 배우들은 달랐다. 특히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명필름과 인연을 맺은 엄태웅은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엄태웅은 스케줄에 무리를 둬서라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그 이후 이제훈이 캐스팅됐고 한가인, 수지가 차례로 합류했죠.”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과거 서연으로 등장하는 수지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본래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수많은 남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그이지만 스크린에서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심 대표 역시 수지에 대해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돌들이 요즘 연기나 영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잖아요. 아이돌 위주로 찾아봤는데 스케줄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 서연 역을 위해 수많은 여자 아이돌을 물색했었죠. 그러던 차에 수지가 돼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영화 속 첫사랑은 예뻐야 보기도 좋고. (웃음) 또 수지는 아이돌 중에서도 안티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건 정말 타고난 운이라고 생각해요.”

극중 서연과 승민이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제주도 집’은 실제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올레길 부근이라고 한다.

“올레길 바로 앞이에요. 이번 영화 때문에 터를 사서 새로 지은 집이구요. 명의는 영화사 앞으로 돼 있어요. 시나리오 작가 작업실로도 쓰기 좋을 것 같아요.”

서연과 승민의 아련한 추억 속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 있다. 바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두 사람은 이어폰을 나눠 끼며, 음악을 함께 듣는다. 승민은 이어폰을 타고 급격히 전해지는 가슴 떨린 설렘을 느낀다. 영화는 ‘기억의 습작’이라는 한 곡의 노래로 관객들을 낭만적인 감상에 젖게 만든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와 관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 영화 산업의 형편은 그리 풍족하지는 않다. 특히 배급투자사가 아닌 제작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작사에서 내는 것은 문제가 있죠. 사실 제작사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낼 능력이 있는 회사는 별로 없어요. 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작비에 포괄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합리적인 것 아닐까요.”

음저협과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축학개론’이지만 흥행 면에서는 아직도 전망이 밝다. 개봉 이래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상황. 과연 명 대표는 관객수 몇 만을 목표로 삼고 있을까.

“관객수요? 350만까지 예상하고 있어요. 그렇게 흥행한 영화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는데 만약 350만을 넘는다면 신기록을 세우는 거죠.”

이처럼 매 작품마다 ‘마이다스의 손’으로 흥행 작품들을 창출해내는 심 대표.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갖품”이다. 그는 작품의 흥행 여부를 쫓으려 하지 않았다.

“캐스팅, 아이템, 시나리오, 감독 모두 다 중요하죠. 이용주 감독은 전작에서는 흥행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정말 잘 돼서 기분이 좋아요.”

배급사가 손님과 물건을 연결해주는 상점과 같은 존재라면, 제작사는 생산에서 완성까지 견고한 과정을 거치는 제조 기업이다. 또한 어떻게 해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길고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길을 걷는 영화인 심재명 대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백성현 기자 st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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